그들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됐다. 산도, 들도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계절, 가을이다.
때를 맞춰 정읍 내장산도 단장을 마치고 길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산봉우리에 첫 물이 든 단풍은 아래로 아래로 줄달음치고 있다. 일주문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108그루의 단풍터널을 붉게 물들이면서 산홍(山紅)수홍(水紅), 인홍(人紅), 내장산의 가을동화가 시작됐다.
내장산 단풍은 내달 6일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유난히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맑은 날이 많고 일교차가 컸고 최근 비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물기 머금은 화려한 원색, 깊이 있는 가을의 서정이 그리우면 내장산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단풍터널
일주문에서 내장사에 이르는 단풍터널은 내장산 단풍 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백팔주의 단풍나무들이 발산하는 붉은 빛의 어우러짐은 환상적이다.
특히 고찰 특유의 고즈넉함과 정갈함이 더해져 길손의 마음을 움직인다.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속인의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줄 것으로 기대된다.
터널을 걷는 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한 폭의 그림 내장사 경내
가을 내장산을 다녀간 이들이 빠트리지 않고 추천하는 곳이 바로 추령재에서 내려다 보는 내장사 경내이다.
부처가 손바닥을 내려다보듯, 위쪽에서 굽어보는 가을 내장사는 마치 붉은 비단이불에 둘러싸인 듯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붉고 노란 원색의 색감들이 이루는 조화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길손들의 눈을 유혹한다.
이곳에서는 또 서래봉과 망해봉, 까치봉, 불출봉 등의 불붙는 듯 타오르는 봉우리들의 웅장함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환상적 분위기 벽련암
많은 이들이 가을날, 서래봉 아래 벽련암 뒤편을 바라보면 종종 현기증이 인다고 말한다.
붉디 붉은 기운이 기기묘묘한 봉우리와 이루어내는 절묘한 아름다움이 한순간 사람의 의식을 어지럽히는 것.
어디 이뿐인가? 산도, 사람도, 물도 붉은 내장산의 가을은 어느 것 하나, 어느 한곳 빠짐없이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정경을 배경으로 우리네들이 가족과 때로 연인, 친구와 걸으며 또 한편의 가을동화를 쓸 수 있다.

△눈부신 단풍과 함께 하는 화려한 산행과 가벼운 산책 코스는 아래와 같다.
1. 일주문 -벽련암-원적암-내장사-일주문 (자연탐방로 3.6km, 1시간 20분)
2. 집단시설지구-매표소-내장사-금선폭포구간(금선폭포 코스, 1시간20분)
녹록치 않은 산행
3. 일주문-벽련암-서래봉-불출봉-원적암-내장사 일주문(서래봉코스, 6.6km, 5시간30분)
4. 일주문-내장사 용굴 입구-신선약수-까치봉-용굴-내장사-일주문(신선봉코스 8.2km, 5시간30분)
5. 관사입구-유군치-장군봉-연자봉-신선봉-까치봉-연자봉-망해봉-불출봉-서래봉-월영봉-송이바위-관사입구(능선일주 13.8km, 9시간)

정읍 내장산은...
내장산은 원래 본사 영은사(本寺 靈隱寺)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이라고 불렸지만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해 내장(內藏)산이라고 불리게 됐다. 지명도 ‘내장동’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읍시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내장산은 순창군과 경계를 이루는 해발 600∼700m급의 기암괴석이 말발굽의 능선을 그리고 있다.
‘호남의 금강’이라 불리기도 하는 내장산은 예로부터 조선8경의 하나로 이름나 있고,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는 남원 지리산·영암 월출산·장흥 천관산·부안 능가산(변산)과 함께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백두대간이니 호남정맥이니 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산맥관은 하천의 수계를 나누는 분수계를 기본개념으로 하고 있다. 노령산맥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호남정맥에 해당한다. 호남정맥에 있는 내장산은 이 같은 이유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장산은 서쪽의 입암산(笠巖山, 해발 626m), 남쪽의 백암산(白巖山,해발 741m), 백학산으로도 불린다. 내장산과 입암산의 북쪽사면은 동진강의 상류가 되고 입암산과 백암산의 남쪽사면은 영산강의 상류인 황룡강으로 흘러 들어가며 내장산과 백암산의 동쪽사면(순창군 복흥면 일대)은 섬진강의 상류가 된다.
노령(蘆嶺)이란 이름이 유래된 갈재의 서쪽에 있는 고창 방장산(해발 710m), 동쪽에 있는 입암산·백양사의 뒷산인 백암산을 연결한 능선은 곧 전북지역과 전남지역의 경계이기도 하다.
내장산은 1971년 11월17일 인근 백양사 지구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총면적이 80.71㎢에 달하는 내장산국립공원은 전북지역에 속해있는 면적이 46.890㎢, 전남쪽이 33.818㎢로서 정읍시와 순창군, 전남 장성군에 걸쳐있다.
내장산의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로는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환경인 온도와 햇빛, 수분 공급이 적절히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3박자가 딱 들어맞는 내장산 단풍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내장산의 숨은 매력을 털어놓는 곳, 바로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다. 내장산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려면 내장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를 방문, 내장산 이해관과 탐방안내관, 생태관, 민속생활관, 휴게공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내장산을 방문하는 탐방객들에게 내장산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소개해 지친 탐방객들에게 휴식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이승석기자 2pres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