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의 소재 중 유독 자주 등장하는 게 있다면 바로 ‘고향’일 것이다. 가장 맑고 순수했던,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많은 것을 형성해준 시기기에 기억나는 것도, 하고픈 말도 많기 때문이리라.

섬에서 나고 자라 이제는 어엿한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 장현우도 그렇다. ‘귀농일기’ 이후 4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바다는 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에서는 고향을 향한 정서적 흐름을 토대로 동일선상에 있는 ‘섬’ ‘바다’ ‘어머니’를 기억 및 성찰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책은 산골마을로 들어와 만만치 않은 농사를 배우면서 쓴 1부와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담은 2부, 고향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을 엮은 3부로 구성된다. 그 가운데 ‘바다는/소리 죽여 우는 법이 없다/슬플 때는 슬픔으로/기쁠 때는 기쁨으로/자나 깨나 철썩이며 운다/가진 것 없는 낮은 지붕 아래서/쉽게 버리지 못하는 바다에/닻을 내리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쓰인 작품의 제목은 ‘거금도’.

실명의 섬을 통해 글쓴이 자신의 존재론적 기원과 섬 사람들의 삶을 선명히 보여주는 한편 희로애락의 격정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까지 드러내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 간결하고 사실적인 글귀지만 실제 파도가 일렁이는 듯, 철썩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등 분위기 있고 서정적인 그림이 눈앞에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다.

2006년 ‘문예연구’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모아드림. 88쪽. 8,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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