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기 어렵거나 위험한 곳에 놓는 ‘다리’는 만들어질 땐 한낱 구조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사계절을 거듭하고 수많은 이들이 오가며 문화 전반은 물론 주변 자연환경과 숨겨진 사연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품게 됐다.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이렇듯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소홀히 여겨졌던 다리를 언급한 이종근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의 ‘이 땅의 다리 산책’에는 오랜 기간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면서 여러 편의 책을 낸 그의 문화적 학식과 사유가 고스란히 스며있다.

특히 한국의 다리에 초점을 맞춘다. 20년의 연구준비에 10년의 현장답사를 통해 인류의 삶은 길을 따라 통하고 그 길에는 반드시 다리가 있었으며 저자 또한 이를 삶의 이정표라 여기는 탓이다. 나아가 그곳에 미래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송광사 삼청교, 선운사 극락교 등 전라도를 비롯한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각 지역 다리의 준공부터 주변 지역의 특징, 깊은 속내, 풀어지지 않는 의문에 이르기까지 기자의 시각으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풀어낸다. 수필가로서 특유의 감성과 발견, 시선을 더해 읽는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역사, 문화, 민속, 회화, 문학을 통시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가령 1980년대 조성된 전주 덕진공원 연화교는 호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연화교와 함께 여름 내내 호수 절반을 차지하는 연잎, 그 위 하얗게 핀 연꽃이 장관이다.

강암 송성용 선생이 쓴 입구의 ‘연지문’과 여태명 선생의 ‘전주 덕진공원’, 조기석 선생의 ‘취향정’ 등 각 글씨 또한 연꽃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향기를 내뿜는다고 전한다. 더불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흔적이 미륵사지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미륵사지 강당지와 북승방지를 오가던 건물의 교각 역할을 하던 돌기둥이 바로 그것이다.

금산사 경내에 자리한 만인교가 1920년 세워진 것으로 처음 확인됐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가 김제 새창이 다리인 것을 밝혀졌고 완주군 소양면 황운리 소양초교 옆 국회의원유범수건교기공비도 발견됐다. 유범수는 완주군수 시절부터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다리를 여러 개 놔 다리 군수로 통하는 인물. 임실필봉농악의 경우,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치는 노디굿이 남아있음을 알아냈고 김제 귀신사 아래 홀어미다리도 찾아냈다.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과 전주시 문화의집 관장, 한국문화의집협회 부이사장을 거쳤다. 1994년 문예연구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온고을의 맛, 한국의 맛’ ‘전북문학기행’ ‘모악산’ ‘전라도 5일 장터’ ‘전북의 축제’ ‘서예로 보는 전북문화유산’ 등을 펴냈다. 채륜서. 263쪽. 14,8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