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쿨(?)하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생긴다는 아집과 편견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흔한 미사여구도 붙이는 적이 없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내내 유쾌한 모습은 영락없는 리더였다. 

그래서일까. 예술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 자신만의 색깔도 분명하다는 예술단 단원들과  만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별 탈 없이 아니 가족같이 지냈다. 정악을 중심으로 전주를 담은 음악들을 만들어내는 단체의 현 방향성을 구축키도 했다.

올해 10월을 끝으로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를 내려놓은 신용문(65) 우석대 국악과 교수, 그가 궁금했다. 13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소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 정든 국악단…그리울 거 같다  
여기 오기 전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3년 간 지휘했는데 지인 분들이 “왜 대전에서 봉사하느냐, 전주에서 봉사해라”라고 제안하셨고 그게 맞다고 판단해 전주시립국악단에 지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돌아보니 부정한 짓 하나 없이 청렴결백하게 해 왔다.

섭섭하겠다고들 하는데 시원하다. 미련도 없다. 권불십년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권력은 10년을 지나면 안 된다(웃음). 갈 때가 됐구나 싶어 만 10년이 되는 10월 말 내 스스로 그만두겠노라 결심했다. 9월쯤 되면 다시 하고 싶을까봐 3월부터 일찌감치 전주시와 단원들에게 공표했다.

▲ 대금을 전공했다고 
지난해 대금 입문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내가 어릴 때는 나라가 못 살았고 형제들도 많았다. 부모님이 셋째 아들까진 지원해주기 어렵다 하셔서 국비장학생이 되려고 공부 쪽으로 고민했는데 갈수록 음악이 너무 좋더라. 

그래서 학비가 전액 지원되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 6년 과정에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다. 다른 악기는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었는데 신기하게 대금은 좋더라. 선배들이 부는 그 청아한 소리가 영혼의 소리 같았고 내가 꼭 해야 할 거 같았다.

▲ 현재는 지휘잔데
지휘를 해야겠다 마음먹었다기보다는 그걸 하는 게 항상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학창 시절 내내 실장과 회장 같은 리더를 도맡아 하다 보니 그리 된 경향도 있다. 고3 졸업연주를 시작으로 대학에서, 군대 군악대 밴드부에서, 국립국악고 교사 당시, 우석대에서 계속해서 지휘를 맡았다.

지휘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영원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음악이 몸에 젖어있고 몸짓 하나가 음악이 돼야 좋은 지휘를 할 수 있다. 굳이 손을 움직이지 않아도 지휘가 가능하고 누구냐에 따라 수준 차이가 나는 건 그 때문이다. 지휘 덕분에 늘 대우받는 사람이 됐다.

▲ 국악단은 어떤 의미인가
가장 오랜 시간 지휘한 곳이기도 하고 악장 이하는 모두 내 제자들이다. 우석대를 나오지 않았더라도 내 손길이 안 간 사람이 없으니 단순히 애정이 있는 게 아니라 자식 같다. 그런데 오히려 그들이 받쳐주는 산이 돼 주고 부모니 돼 줘 고마울 따름이다.

가장 만족할 만한 일이라면 ‘한바탕 전주’ ‘한벽루’ ‘풍남문’ 등 전주를 주제로 한 곡들을 여럿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쉬운 거라면 왕가의 도시인만큼 경기전에서 정기적으로 조선조 음악이 흘러나오게 해 전주의 소리를 한국과 세계에 알리고 싶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실현하지 못한 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공황기에 단원들의 실력을 상승시켜 줄 강습회를 진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 잘된 점과 아쉬운점의 공통점은 ‘전주’다.
전주를 위한, 전주에 관한 곡을 만들어서 안으로는 시민들을 자각케 하고 밖으로는 우리 것을 전하는 게 전주시립국악단이 지향해 왔고 앞으로도 좇아야 할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서다. 고전적인 것은 고전적인 대로, 전주음악은 전주음악대로 구현해갔으면 한다.

경기전에 어울리는 왕가의 음악을 연주해 그 음악을 듣고자 전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게끔 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명소가 된 한옥마을의 보존과 지속성에 대해 계속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문화예술인 음악이 큰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지휘자가 누구든 이러한 정체성을 잘 발전시켜 줬으면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여태껏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거 같다. 어마어마하게 일 했는데 내년 8월 교수직까지 내려놓으면 쉴 수 있을 거 같다. 여태까지 못한 여행도 하고 싶다. 물론 국악 지도하고 음악회도 하고…뭔가를 계속 하고 있을 거다.

서울대 음악대학 국악과와 단국대 교육대학원 음악교육과를 졸업했다. 이후 중고교 음악교사와 대학강사를 거쳐 우석대학교에 둥지를 틀었으며, 현재 교수직과 전북국악관현악단장을 맡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0호(대금정악) 이수자로 자랑스런 전북 청년대상과 전북대상, 한국음악상 공로상, 전주시장상 공로상, 제23회 전주시 예술상을 받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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