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사상과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혁명을 꿈꾸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허균. 그가 세상을 떠난지 어느새 400여 년이 지났지만 그의 문장과 사상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허균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갈래다.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다. “『홍길동전』을 쓴 사람.” 혹은 “허난설헌의 동생.” 조금 더 안다 하는 사람은 “혁명아, 율도국, 조선의 천재 중의 천재.”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그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그는 천지간의 한 괴물입니다. (……) 그 몸뚱이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고, 그 고기를 찢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일생에 해온 일을 보면 악이란 악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 강상을 어지럽힌 더러운 행동을 보면 다시 사람이라 할 수 없고, 요망한 참언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그의 장기이니.”

허균은 당시 세상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모함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조선 역사상 가장 가식 없이 솔직했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사상으로 불화를 빚었다. 그 결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그의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전개해 가고 있는 신정일이 그 대답을 찾아 나섰다.

신정일이 새롭게 펴낸 『조선의 천재-허균』은 허균의 작가로서의 천재성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의미, 그리고 허균의 개혁사상이 가장 많이 표출된 『호민론』을 설명하고 있다.

허균은 동시대를 살았던 대부분의 사대부들로부터 사람됨은 나쁘게 평가 받았지만 그의 시와 문장만큼은 칭찬을 받았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시양은 허균에 대해 “문장은 남이 따를 수 없이 한 시대에 뛰어났으나 사람이 경박하고 조심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허균은 『호민론』에서 신분 차별이 없는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었다. 그는 잠자는 민중을 이끌고 나가는 지도자를 호민이라고 보았고, 그런 이유로 글의 첫 부분은 “천하에 두려워해야 할 바는 오직 백성일 뿐이다”라고 시작한다. 그런데 당시 조선 벼슬아치의 부패는 극에 달해 있었다. 『홍길동전』의 홍길동은 민중을 이끌고 나아가 이상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며, 허균 또한 누구나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였다. 불합리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한 것은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사상으로 정립되었고, 세상의 흐름에 반대되는 ‘역적’의 길로 인도하였다.

상상출판. 272쪽. 1만3000원
  /이병재기자·kana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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