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에 자연스레 건조되는 목재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전형적인 시골 풍경 속 모던한 감각이 자리하는 곳.
‘삼례 문화예술촌’에서 감각적인 예술을, ‘술 테마 박물관’에서 술의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체험을, ‘대승 한지마을’에서 한지 메카의 현장을 생생히 느껴보자.
이번 주말, 완주로 떠나는 ‘감성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문예향: 아날로그적 감성 그대로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문화예술촌은 전주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삼례역 앞에 자리 잡고 있다. 2013년 양곡창고를 개조해 오픈한 삼례문화예술촌은 갤러리와 공방, 카페들이 모여 있다.
100년이 넘은 이 건물 뒤편엔 역사적인 상처가 스며있다. 이 건물은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는 바로 앞에 있는 삼례역이나 만조 때 유입되는 바닷물을 배를 띄워 곡물을 수탈해 갔다고 전해진다. 창고들은 2010년까지 양곡보관소로 사용되다 완주군이 매입해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에 각 창고는 리모델링을 거쳐 디자인박물관, 목공소, 책공방, 책박물관 등의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삼례문화예술촌의 가장 큰 자랑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김상림 목공소’를 꼽을 수 있다. 인사동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다가 자연과 함께 살고 싶어 지리산을 거쳐 이곳에 정착한 김상림 작가의 전시길 겸 작업실. 김상림 작가의 작품들과 그가 20여 년 동안 수집한 오래된 연장들을 볼 수 있다. 김상림 작가의 철칙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라는 나무만 고집하는 것.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머릿속에 가구의 형태를 완벽히 그린 후 만들기 시작해 나무의 특성을 잘 살리는 것이 좋은 가구를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또 ‘책 박물관’도 꼭 둘러보자. 인사동에서 고서점을 운영하는 박대현 관장이 평생 수집한 책들을 모아둔 공간으로 오래된 책 냄새가 인상 깊다. 전시실에선 우리에게 이미 추억이 돼버린 철수와 영이도 만날 수 있다.
한편에 전시되어 있는 ‘송광용 만화일기 40년’은 만화가라는 꿈을 갖고 한국 현대사를 살았던 인물들의 삶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전시실을 나오면 바로 오른편에 우리나라 최초의 무인 헌책방도 만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자.

▲술향: 술에 담은 이야기를 꽃 피우는 ‘술 테마 박물관’
우리는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술’을 찾는다. 흥을 돋궈 주기도, 슬픔을 덜어주기도 하는 것이 바로 ‘술’이다. 우리 민족의 친구 술의 오래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술 테마 박물관’이 바로 그 곳.
경각산과 구이저수지가 맞닿아 있는 곳에 위치한 술 테마박물관은 5만 여점의 유물을 통해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술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연중 다양한 전시와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미리 체크해서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른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발효’에 대해 몸소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술 박물관의 체험 활동으로는 주령구 만들며 즐기기를 비롯한 발효체험활동, 떡만들기, 막걸리 발효빵 만들기, 막걸리 비누만들기, 전통주 막걸리 빚기 등을 진행하며, 주말에는 가족영화 상영 등 방문객들이 모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준비를 위해 사전 신청은 필수라고 하니 방문 전 사전 신청을 잊지 말도록 하자.
술 박물관의 전시관은 수장형 유물전시관과 입체영상관, 술의재료와 제조관, 대한민국 술의 역사와 문화관, 주점재현관, 전통주 르네상스관, 세계의 술 전시관 등이 있고 야외무대, 체험실습실, 발효숙성실, 판매시음장 등의 부대시설도 즐길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항아리 안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해 전시해놓은 전시물과 술과 함께 애환을 풀어가며 살아내던 60년대 대폿집과 양조장, 90년대 호프집에 담아 재현한 추억의 공간인 주점재현관도 구경거리 중 하나다.

▲지향: 한지 메카를 만나다 ‘대승한지마을’
완주군 소양면 대승리는 뒷산에 노승출동혈이 있어 대승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바로 이 대승마을 일대가 한지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대승한지마을’이다.
대승한지마을은 우리 고유의 종이인 한지를 배우고 체험하는 곳이다. 1980년대까지 전국 최고의 한지 생산지로 손꼽힌 이 마을은 지금도 고려 한지의 명맥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마을에 건립된 한지 전시관과 체험장인 승지관은 한지로 만든 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한지 생산과정을 담은 닥종이 인형 전시가 눈에 띈다. 한지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아이들이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대승한지마을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활동. 전시관 옆 체험장에서는 한지 뜨기를 비롯해 다양한 한지 공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지 뜨기 체험은 단체 예약에 한해 진행되지만, 한지 고무신이나 열쇠고리, 수첩, 연필꽂이 만들기 등은 개별 여행자도 언제든 체험이 가능하다. 한지를 오리고 풀칠하고 붙이며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체험 과정이 어렵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공예공방촌 지담도 한지를 체험하는 또 다른 문화 공간. 1층은 공예가들의 작업실과 한지 작품 전시?판매장 등으로 운영되며, 2층은 한지를 테마로 꾸민 숙박 체험 공간으로 이용된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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