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동행, 공유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유난히 와 닿는 걸 보니 연말연시임을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누군가를 돕고 그들과 함께한다는 게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제 살기에 바빠 하지 못하는데 이들은 작업에 매진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한편 그 재능으로 이웃의 짐을 나눠진다. 더욱 뜻 깊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여류미술인들이 한데 모인 전북여성미술인협회(회장 이경례)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1년 간 갈고 닦은 실력을 소개하는 동시에 선행을 베푼다. 제7회 정기전과 제2회 사랑의 기금 마련전이 그것.

한국미술협회 전북여성분과위원회에서 비롯된 단체는 지난해까지 전북여성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으나 정체성이 부각됐으면 좋겠다는 여론을 반영, 총회를 거쳐 이름을 바꿨다. 미술협회를 모태로 하는 만큼 원로부터 중견, 신진까지 고르게 분포하고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판화, 조각, 공예, 디자인, 서예, 문인화 9개 분과가 존재하는 등 세대별, 장르별 지역여성작가 184명을 아우르고 있다.

꾸준히, 왕성하게 작품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4일부터 1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2실에서 열리는 ‘제7회 전북여성미술인협회전’에서는 다양하면서도 공력이 느껴지는 회원 121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겨울이 되자 속내를 다 드러낸 채 서 있는 앙상한 나무에서 정중동의 질긴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듯 스스로를 쏟아낸 결과물에는 특유의 사상, 기법, 관심사는 물론 누구라도 겪어봤을 삶의 희로애락, 평안과 행복의 기원이 오롯이 담겨있다.

한평생을 예술에 몸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김혜미자는 최근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계속해서 본분을 지키며 출품까지 했다. 이경례는 즐겨 쓰는 소재인 모란을 통해 저 너머의 부귀영화가 아닌 개인의 안녕과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최분아는 작은 씨앗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하듯 풍파가 끊이지 있지만 그로 인해 성숙해지는 인생이야말로 꽃 같다고 말한다. 초대는 4일 오후 6시.

8일부터 13일까지 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이어지는 ‘제2회 사랑의 기금마련전’은 지난해 첫 선을 보였다. 그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는 차원에서 회원 중 원하는 이들에 한해 작품을 받고 이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50%는 작가에게, 나머지 50%에는 KBS 연말 모금에 보내고 있다.

첫해에는 700여만 원 가량 모였는데 찬조금으로 들어온 것까지 모두 더해 400만 원을 성금했다고. 이번에는 교동아트미술관 김완순 관장이 흔쾌히 대여한 공간에서 86명의 소품 90여점을 동일하게 30만 원에 제공한다.

작은 크기로 어디에나 걸어도 좋을 만큼 장식성이 뛰어나지만 작가정신이 깊이 스민 작업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고, 어렵고 힘든 이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 좋은 전시다. 초대는 8일 오후 6시.

이경례 회장은 “정기전은 창작열을 불살라 내보이는 원동력이, 기금전은 삶의 의욕을 상실해 늪에 빠져있는 주변의 어려운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됐다”면서 “두 곳 모두 따뜻한 눈빛과 손짓, 훈훈한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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