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수도, 전통음악의 본향으로 일컬어지는 전주. 하지만 왜, 어떤 이유에서냐고 묻는다면 마땅한 근거가 없다. 혼란기로 처녀지나 황무지에 빗대지곤 하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 내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재)전주문화재단이 최근 펴낸 ‘일제강점기 전통음악 지킴이-국악의 본향 전주’는 동일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글쓴이 황미연은 박사논문을 쓸 즈음 이 문제를 골몰해왔고 이런 저런 자료를 살펴보다가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결국 ‘일제강점기 전북 권번의 설립과 기생의 활동에 대한 식민지 근대성 연구’를 다루기에 이르렀다.

논문을 근간으로 더욱 폭넓게 아우르는 책은 뿌리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미흡한 전주 국악중에서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일제강점기에 초점을 맞춘다. 조선후기에서 근현대로 이어지는 가교에 비유되고 이때를 제대로 알면 전주 전통음악문화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암울한 시대상 속에서 전주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악의 깊이와 넓이가 탄탄하게 전개됐다고, 그렇듯 조선 후기의 명성을 일제강점기까지 오롯이 이어낸 주역은 다름 아닌 광대와 기생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이들 대부분은 천민 출신이라 지금껏 역사 문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국악 뿐 아니라 독립운동 같은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한다.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해 전통음악 향유에 큰 역할을 담당한 극장도 조명한다.

문헌보다는 신문과 단편적인 사진, 구술 자료를 적극 활용하고 일상적인 글귀를 사용해 누구나 읽을 수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전주 국악의 연구는 미진했지만 이 책을 통해 전주 국악의 뿌리가 재발견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양대 국악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후 전북대 고고인류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북문화재전문위원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