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시달린 탓일까. 삭막해질 대로 삭막해진 우리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유일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엄마’다. 김영기 시인은 4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겨울 연밥’을 통해 세상을 떠났지만 멀리서도 자식을 지켜보고 있을 어머니에게 아낌없는 헌사를 건넨다.

70편 중 표제작인 ‘겨울 연밥’에서는 ‘연꽃 향기 가득 채우길 기도하는 빈 절에는/구멍 숭숭 난 연밥이/풍경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면서 살아서는 부처를 닮은 꽃이었다가 죽어서는 연밥을 남기는 보살의 삶을 산, 자식들을 키우느라 가슴에 숭숭 구멍이 뚫린 어머니를 기억하고 아파한다. 자신의 생만이 아니라 이웃들의 춥고 아픈 일상까지 걱정하셨던 그녀를 진정한 보살로 기억하는 것.

사진작가기도 한 그는 카메라 렌즈가 피사체를 향해 열려 있듯 세상을 깊게, 널찍하게 바라본다. 열차가 좋아 철도원이 된 스스로를 소개하는가 하면 겨울처럼 싸늘하고 사악하기까지 한 현 시대에 죽비를 내리치고 그러면서도 꽃 피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도 잊지 않는다.

남원 출신으로 2006년 ‘문학 시대’ 신인 문학상을 수상해 등단했으며 현재 코레일에 재직하고 있다. 도서출판 북 매니저./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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