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를 억 만 번 그리면서/사람 사는 마을을 꿈꾸며/꿈속에서도 잊은 적이 없었네/…/단아한 집을 한 채 짓고/야무지게 살아가리/솟으리, 솟아오르리//’

‘돌’ 중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글귀다. 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쓴 신해식 시인은 일찍이 등단했으나 국어교사로서 후학들을 양성하느라 오랜 시간 꿈꿔온 일을 미뤄둬야 했다.

2013년 20여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붉게 물든 노을이 숲 뒤쪽에서(신아출판사)’를 펴내며 갈증을 해소코자 했으나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결국 운암중학교 교감 당시 인연을 맺은 옥정호 근처에 아담한 2층집을 짓고 있다. 녹차밭을 일구는 등 자연에 푹 파묻혀 못다 한 시심을 마음껏 풀어내기 위해서다.

뜨거운 시작을 알리는 세 번째 시집 ‘연인들의 다리’가 나왔다. 한 인격체로서의 순수함. 올바른 길로 나아가려는 절제, 가능한 한 사상의 근원에 가닿으려는 정신 같은 특유의 기질은 여전하지만 보다 감성적이고 부드럽다.

“인연의 소중함을 간직한 따뜻한 손 마주잡고 평화로운 시의 품에 풍덩 빠져 사랑의 노래를 불러본다”는 저자의 말을 보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개인의 성장만큼이나 인연과 사랑 또한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 것도 같다.

모두 4부 중 첫째 마당 ‘그대와 영원히’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관조와 지혜를 담았고 둘째 마당 ‘가을의 노래’에서는 희로애락을 오간 삶을 그리움으로 반추한다.

셋째 마당 ‘눈꽃, 그리고 사랑’에서는 소박하면서도 외경적인 풍경화로 서정의 세계를 형상화하는 한편 사모곡을 풀어내며, 넷째 마당 ‘노란 은행잎의 사랑 노래’에서는 말갛게 곰삭은 사랑의 추억을 예스럽고 간간하게 들려준다.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쳤다. 1989년 월간 문예사조로 등단했으며 현재 전북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인간과 문학사. 134쪽. 9,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