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눈도 많이 와줘야 진정한 겨울. 몰아치는 한파에 옷깃을 더욱 여미우고, 나도 모르게 움츠리다 보니 어깻죽지는 절로 뻐근해 진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겨울정취를 찾아 떠나는 무주여행.
이번 주말에는 겨울의 막바지를 즐기러, 무주로 떠나보자./편집자 주

▲‘겨울이 백미’ 덕유산
덕유산은 지리산에 이어 소백산맥의 대표적인 주맥이다. 덕유산의 주봉은 향적봉으로 높이가 1614m에 달한다.
어느 계절이든 인기가 좋은 덕유산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건 겨울이라고 꼽을 것이다. 적설량이 많아 스키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봤을 곳이다.
특히 무주는 예부터 구불구불 천혜의 자연미를 갖춰 구천동 계곡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키 리조트 개발로 일찍이 부터 유명세를 탔다.
덕유산을 만끽하려면, 짧게는 무주덕유산리조트 스키장에서 곤돌라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향적봉을 가거나, 백련사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는 것이다. 무주리조트 입구에서 곤돌라를 타고 15분여를 오르면, 설천동(1525m)에 다다른다.
4~5시간 힘들게 올라야 할 길을 이렇게 쉽게 오르니 무언가 빼먹은 듯한 아쉬움도 남지만, 어린아이를 동반하거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주저할 필요가 없을 듯.
서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0.6km 정도의 완만한 길로 20분이 걸린다. 눈이 온 뒤라면, 눈꽃터널을 따라 향적봉으로 가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눈과 얼음으로 중간 중간 제법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아이젠은 필수다. 1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산행이지만, 마무리는 뜨끈한 어묵 국물을 먹어줘야 한다. 편의점과 휴게소가 있으니 준비 없이 올라가도 좋다.
향적봉 정상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므로, 대피소 예약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식수는 삿갓재대피소와 향적봉대피소에서 구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자. 
설천봉에 오르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을 만날 수 있다.
주목은 주목과의 나무로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니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생장이 느리고 수명이 길어 천년을 넘게 산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동안 푸른 옷을 입고 살던 주목. 상고대가 피면 하얀 솜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천년을 살아간다. 천년이라는 숫자가 쉬이 감이 오지 않지만, 그간 힘들게 잡고 있는 생각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임은 분명하다.
상고대는 나무에 핀 눈꽃과는 또 다른 신비스러움을 선사한다. 눈이 내렸다고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분을 가지고 있는 안개나 구름이 0도 이하로 냉각돼 바람을 타고 나무에 닿아야만 생기는 현상이다.
고도가 높고, 조건이 맞아야 겨우 볼 수 있다. 덕유산 겨울 여행의 핵심은 깨질 듯한 쪽빛 하늘, 그리고 그 아래 하얀 상고대가 어우러진 장면이 아닐까.

▲덕유대 오토캠핑장
덕유대 눈꽃여행의 최적의 ‘쉼’ 장소로는 덕유대오토캠핑장을 추천한다. 여름 성수기에 예약이 몰리는 것보다, 비교적 한가한 겨울에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캠핑장에서 바로 덕유산을 오르기도 좋고, 10분 거리의 무주리조트에서 스키를 타기에도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덕유대오토캠핑장은 1~5영지의 일반야영장과 7영지의 오토캠핑장으로 나뉜다. 426개소의 일반 야영장은 비수기(11~4월)에는 운영하지 않으니 기억해 두자. 74개소의 7영지 오토캠핑장 입구에는 6개소의 카라반 사이트가 있다.
명칭은 카라반 사이트지만, 다른 국립야영장의 카라반 사이트에 비하면 상당히 좁은 사이즈. 카라반이나 캠핑카를 정박하면, 앞뒤로 의자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좁다. 간단하게 RV를 정박하면 좋겠지만, 어닝 하나라도 펼 요량이면 눈치를 봐야할 정도다.
7영지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일반야영장 전에 풀옵션 캠핑장과 정박형 카라반이 있다. 장비가 없는 지인이나 가족들이 함께 한다면,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통나무집과 폴딩트레일러는 7만 원 선, 8인용 대형 카라반도 성수기 주말이 12만 원 정도로 다른 정박형 카라반보다 저렴한 편이다. 400개소가 넘는 일반야영장과 마주하고 있어, 한여름보다는 봄가을이 한적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무주 와인동굴
눈꽃을 실컷 봤으니, 이젠 와인으로 눈을 돌려보자. 무주 덕유산 일대는 기온이 서늘하고 일교차가 커서 국내 최대의 머루 산지로 알려져 있다.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해 주로 와인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 머루와인동굴은 무주양수발전소를 건설할 때, 굴착 작업용 터널로 사용하는 곳으로 머루재배 농가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주고자 무주군에서 2007년 임대, 리모델링해 만든 곳이다.
실제 와인을 보관하면서 무주의 4개 와이너리의 머루와인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체험형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각 4곳의 와이너리를 돌아다니지 않고도 각각의 와인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하다. 와인보다 신맛은 적고 단맛이 강해 한 번 빠지면 포도 와인과는 또 다른 맛에 매료될 수 있다./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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