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이다. 오랜만에 수탁기관이 바뀌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진통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 그렇게 2개월이 흐른 지금,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전성진?이하 소리전당)은 신년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실현하는데 힘쓰고 있다.
  한 해 운영계획 뿐 아니라 10년, 20년 후 나아갈 비전을 모색하면서 잘된 점은 북돋우고 부족한 점은 개선하는 등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4일 전성진 대표를 만났다.   

▲ 대표를 맡게 계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 방송국에서 30여년을 일했는데 소리전당에 온 지 이제 2개월 됐으니 햇병아리라고 생각한다. 아직 배울 게 많고 부족한 게 많지만 방송 쪽에 있을 때부터 정치, 경제, 사회보단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다른 쪽에 재주가 없기도 하다(웃음).
  우리 지역에서는 문화예술이 다른 영역에 비해 경쟁력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예향이라 불릴 만큼 인정받고 있다. 오랜 관심과 애정을 토대로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 오던 중 퇴임과 맞물려 기회가 왔다.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 그간 지켜본 소리전당은 어떤 모습이었나.
- 지역의 대표 문화예술 인프라지 않냐. 개관한 지 15년 동안 나름의 역할을 해 왔고 위상도 가졌다고 생각한다. 공연 부분이 가장 활성화된 거 같고 시설이 워낙 좋다보니 외지인들도 칭찬한다. 잘해왔음에도 미흡하다고 느낀 건 정체다. 오랜 시간 동안 예산과 인원이 비슷한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성장이 없다는 말 아닌가.
  이쯤 되면 예산과 인원 둘 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어야 했다. 공연과 전시가 없으면 사람이 없다시피한 걸 보면 시민과 소통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거 같고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비슷한 수준인 거 같다. 공연에 치중하다보니 전시와 컨벤션 기능이 약한 것 또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이는 새로운 수탁기관인 우리가 갱신해야 할 것이다.

▲ 우려도 적지 않다.
- 예산 축소나 직원 승계, 현재 프로그램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들이 있는 걸로 안다. 변화에는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고 누구에게나, 언제든 시작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문화예술은 일시에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기대하시는 새롭고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기엔 시간이 짧았다.
  예산이 줄어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나 이미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수탁 조건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연봉이 줄었고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한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 고용 승계되도록 힘썼다.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분들에게는 어떤 이유에서든 죄송한 마음이 크다.

▲ 앞으로의 소리전당이 궁금하다.
- 긍정과 성장은 이어갈 거고 아쉬운 건 보태면 될 거 같다. 일단 관객과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접점 역할을 해나가겠다. 오랜 시간 준비한 땀과 눈물의 결정체를 가지고 공연 혹은 전시하는 예술인과 시간 및 비용을 지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찾아오는 관객 이 두 주체 모두에게 만족과 기쁨을 주는 게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해 전북문화관광재단, 전북예총, 국립무형유산원 등 전북문화예술을 견인하고 끌고 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단체들 간 협약과 소통이 필요하다. 다른 곳은 그저 예술의전당인데 굳이 소리전당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가 있을 거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전당 내 자리한 전주세계소리축제와의 접점을 고민하고 있고 또 다른 콘텐츠도 발굴 중에 있다.

▲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다. 
공연, 전시, 컨벤션 3대 기능이 함께 정립된 복합문화예술센터를 꿈꾼다. 좋은 전시에 대한 갈증이 큰 만큼 현재 기획자들이 전국의 유명전시를 관람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훌륭한 기획을 펼쳐놓고자 한다. 공립미술관과 달리 이벤트성 전시도 가능해 폭이 더 넓다. 컨벤션의 경우 음식, 한옥마을 등 전주의 특성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세트별로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외지의 학회와 투자사업회를 유치하겠다.
  공연은 전시, 교육, 체험과 함께 ‘아트숲’으로 명명, ‘예술’ ‘소통’ ‘공감’을 섹션으로 정하고 여기에 맞춰 다양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꾸리고자 한다. 멀게는 한옥마을에서 가깝게는 동물원까지 묶어 또 다른 문화예술지구로 성장시키는 것도 과제다. 이는 행정과 여러 단체의 협업을 필요로 하고 성사될 시 관객은 서서히 누적될 것.

▲ 못다 한 말이 있을 거 같다.
 -‘이겁니다’라고 던지지 못하고 계속해서 포괄적으로 말한 거 같다.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예술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 가면서 분명한 방향부터 잡고 나아가겠다. 조급하게 보지 말고 여유롭게 기다려 준다면 ‘이런 전시 혹은 이런 공연까지 유치했어?’라고 할 만한 프로그램들을 만날 수 있을 것. 할 수 있는 모든 공모도 유치하고 자립도도 높여가겠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전북대 행정대학원을 졸업 후 전북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전주MBC에 입사해 편성제작국 PD와 기획심의실장, 편성제작국장, 보도제작국장을 거쳤으며 2012년 전주MBC 사장을 역임했다. 한국방송 PD상(1992), 한국방송대상(1995), 올해의 언론인상(20080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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