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영원할 듯 우리를 매혹시키지만 이내 시든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심지어 삶과 죽음마저도 한 끗 차이고 인간이라면 그것이 좋든 싫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벚꽃은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전주시립극단이 제106회 정기공연으로 24일부터 26일까지 전주덕진예술회관에서 안톤체홉의 ‘벚꽃동산’을 올린다. 러시아 소설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의 4대 희곡 중 가장 완숙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으로 기존 가치들이 붕괴되는 시대,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배경은 농노해방 이후 귀족의 몰락과 상인의 등장으로 혼란과 격동의 시기를 보내는 러시아다. 여기에는 류보비 부인으로 대두되는 귀족가문과 그 벚꽃동산의 농노였지만 지금은 신흥자본세력으로 성장한 로빠힌이 등장한다.

류보비 부인이 빚더미에 올라 벚꽃동산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로빠힌은 벚꽃동산을 개발해 별장지로 임대할 걸 제안한다. 그러나 부인은 지난날 추억이 담긴 장소가 훼손되는 걸 원치 않고 결국 경매 처분된다.

로빠힌이 동산을 소유하게 되고 류보비를 비롯한 네프스까야 일가는 새로운 생활을 위해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데. 한 순간에 신분이 바뀌는 세상과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내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다.

홍석찬 상임연출은 “과거이자 미래인 벚꽃동산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실이다. 희망이냐 상실이냐 이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273-1044./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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