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역사를 짓다

<레저&위크엔드: 김제 아리랑문학마을> 박세린 기자l승인2016.04.07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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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역

전북 김제 평야를 배경으로 한 소설 ‘아리랑’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벽골제 인근에 있는 아리랑문학관과 함께 아리랑 문화기행의 메카로 자리 잡은 아리랑문학마을이 바로 그 곳. 우리 민족의 ‘지나간 현재’를 살펴보고, 노래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전북 김제 아리랑문학마을에서 민족의 숨결을 느껴보자.

▲아리랑문학마을의 중심에 ‘아리랑문학관’
김제 평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 조정래의 ‘아리랑’은 총 4년 8개월의 집필 기간과 2만 장이 넘는 원고로 모두 12권이 넘는다. 모두 4부로 동학운동부터 일제 강점기를 아우르는 굵직한 근대사를 다룬 소설로, 김제 죽산면에 소설 ‘아리랑’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곳이 바로 아리랑문학마을이다.
소설 ‘아리랑’은 조정래의 근현대사 3부작 중 도입부에 해당한다. 2003년 5월에 개관한 아리랑문학관은 소설을 통해 김제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곳.
아리랑문학마을에 들어서, 아리랑문학관 1층에 들어서면 작가가 5년간 집필한 아리랑의 육필 원고들이 높다랗게 쌓여있고, 아리랑의 시각 자료와 영상 자료가 전시돼 있다.
또한 홍보관을 비롯해 근대수탈기관이었던 주재소와 면사무소, 우체국, 정미소 등이 자리해 있다. 내촌, 외리마을과 이민자가옥, 하얼빈 역사 등 19동의 건물이 있다.
홍보관은 일본의 수탈과 착취의 대상이었던 쌀과 토지를 건물 형상으로 조성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면 김제지역의 역사와 소설 ‘아리랑’에 대한 내용을 전시실 벽면에서 만날 수 있다. 2층에 자리한 제2전시실에는 소설 속 ‘아리랑’에서 나오는 독립투사들도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 없이 혼자 돌아보기에는 조금 오싹한 분위기가 감돌수도.
홍보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면, 근대수탈기관이었던 죽산면사무소와 정미소, 우체국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각 건물에는 당시에 사용됐던 소품들을 전시해 당시의 상황과 건물의 용도를 알 수 있다.
제3전시실은 작가가 아닌 인간 조정래의 면민들을 느낄 수 있다. 아리랑문학관은 조정래의 작품 ‘아리랑’과 작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 공간일 뿐 아니라, 민족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해 두자.
주말에는 곤장체험과 옥사체험, 투호, 인력거체험 등이 진행된다고 하니, 함께 즐기면 즐거움이 커질 것이다.

▲소설 ‘아리랑’의 노래
아리랑문학마을은 전북 김제시 죽사면 화초로 180번지에 자리하고 있다. 민족의 수난과 투쟁을 대변하는 소설 ‘아리랑’의 배경을 재현했다.
소설은 동학농민운동 이후부터 해망까지 ‘징게맹갱외에밋들’에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인생 행로를 따라 한반도 전역과 만주, 하와이, 러시아까지 나아간다. 그 시간과 그 공간에서 일제의 침략과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존과 투쟁, 이민사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는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무슨 조약, 무슨 전쟁 등 책에서 나오는 굵직한 사건들이 국가 대 국가만의 일이 아니라 곧바로 각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말이다.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도, 어제까지 막걸리를 나눠마셨던 이가 친구에서 적이 되기도 했다. 팽이 대신 총을 잡아야 하는 사람도. 어떤 총각은 각기 다른 이유로 일본군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소설 ‘아리랑’에는 이런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만경강과 동진간을 사이에 두고 끝없이 펼쳐지는 김제평야. 이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이 일제강점기 수탈당한 땅과 민초들의 삶을 그린 소설 ‘아리랑’의 배경이자, 또 다른 이름의 ‘우리’를 대변한다.

▲발길이 멈추게 하는 그 곳 ‘하얼빈 역’
최근, 지상파 예능방송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사살했던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발자취를 찾아가는 테마가 있었다. 
아리랑문학마을에서도 근대수탈기관 건물들을 하나씩 들여다 본 뒤에는 홍보관 뒤쪽에서 하얼빈 역을 직접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엔 이민자가옥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기억해 두자. 너와집이나 갈대집으로 된 건물은 일본의 수탈에 못 이겨 고향을 떠나 화전민이 되거나, 만주와 시베리아 등으로 가야만 했던 이민자들의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하얼빈 역 건물은 1910년경의 하얼빈 역 실존건물을 토대로 60% 정도로 축소 복원한 건물이다. 역사 안쪽에는 전시실로 구성돼 있고, 건물 뒤편에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조형물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들어서는 입구에는 국내외 독립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와 항일 투사들의 초상화가 벽면에 전시돼 있다. 독립투사들은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분들로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잠시나마 그들을 위한 묵념으로 넋을 위로하자.
실내 전시실로 들어서면, 김제지역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비교해 엿볼 수 있다. 김제지역의 아픈 수탈 현장들은 애써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전시해 있는 판넬들만 읽어보아도 울분이 쌓여 나도 모르게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전시관을 돌고 1층으로 내려가 역사 뒤쪽으로 나가면, 하얼빈 역에서 거행했던 역사의 순간을 목격할 수 있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놓은 듯 증기기관차와 녹슨 철로가 있고, 그 앞에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그리고 일본대신들이 조형물로 세워져 있다.
장면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 비록 조형물이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격하는 장면에서 안중근 의사의 패기와 강인한 정신력을 엿볼 수 있다./박세린기자?iceblue@


박세린 기자  iceblue92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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