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이름을 부르고 사케를 마시며 스키야키를 먹는 이들의 국적은 다름 아닌 조선. 그들은 왜 일본인처럼 행동할까. 일제치하가 끝난 오늘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는 뭘까.

문화영토 판(대표 백민기)이 매년 봄 마련하는 열두 번째 가족시리즈로 15일부터 5월 8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만주전선(작 박근형‧연출 백민기)’을 올린다. 한국 근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일제 식민지 치하 시절, 진짜 일본인처럼 살고자 만주로 향한 여섯 청춘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브란스 의대 출신으로 슈바이처를 동경하는 기무가와 그의 약혼녀인 독실한 개신교 신자 나오미, 당차고 진보적인 시청공무원 요시에와 그녀를 사랑하는 만주 일본 육군 사관학도 아스카. 그의 여동생이자 신가요 가수를 지망하는 게이코와 문학청년 가네가 그 주인공.

어느 날 모임 구심점 아스카가 사모하는 요시에가 불륜 상대인 상사 아내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그들이 요시에 뱃속에 있는 아이의 미래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데서 극은 시작된다.

연출자 백민기는 “일본인처럼 동화되고 싶어 하는 70여 년 전 조선인의 모습과 한국보다는 영어를, 한국문화보다는 외국문화를 선호하는 등 서구화되려는 지금 우리들의 무의식이 과연 이 땅을 건강한 사회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면서 “당시 만주국 유학생들을 통해 오늘 우리들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232-6786./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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