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는 오랜 역사를 안고 있는 훌륭한 고택이 많이 있다. 전주 학인당을 비롯해서 고창 황이재 생가, 군산 채원병 가옥, 익산 조해영 가옥, 임실 이웅재 고가 등 여러 고택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읍 김동수 가옥은 조선시대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동진강 상류, 명당에 자리잡은 김동수 가옥을 소개한다.

김동수 가옥은 12대 후손까지 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명당에 지어졌다. 1784년 김동수의 육대조인 김명관이 1784년에 건립한 이집은 창하산(지네산)을 배경으로 앞에는 동진강 상류의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터전에 세워졌다.
  김동수 가옥은 흔히 말하는 99칸 양반집으로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1971년 5월 26일 중요민속자료 제26호로 지정됐다.
  가옥은 동서로 65m, 남북이 73m의 장방형 담으로 둘려 있고 주 건물은 동서면을 향하여 세워져 있다. 개울을 건너가면 대문 앞에 큰 못이 있었다는 기록에 따라 최근 복원했으나 연못 바닥이 개울보다 높아 항상 말라있다고 한다.
  가옥 앞에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는데 ‘정읍 김동수씨 가옥’이라고 표기돼 있다. 이 곳 문화유산해설사인 안인례씨는 “가옥을 소개하는 안내문에 ‘씨’가 붙은 곳은 여기뿐인 것 같다”며 “정비 기회가 있다면 ‘김동수 가옥’으로 고쳐야 한다”고 설명해준다.
 

바깥행랑채는 전면 열두 칸의 긴 건물로 입구인 솟을대문이 세워져 있다. 대문 앞에는 화강석으로 만든 노둣돌이 놓아져 있다. 말을 타고 내릴 때 사용됐다고 한다. 또한 머슴이 불침번을 봤다는 헛담이 눈길을 끈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니 보랏빛 박테기 꽃이 활짝 피어 있다. 관광객 몇몇이 꽃을 배경으로 가옥 여기저기를 촬영하기 바쁘다. 우측에 마구간이 있고 좌측에 방, 마루, 또 방이 있고 거기에서 꺾이면서 북쪽에 있는 칸에 방과 부엌을 한 칸씩 두고, 이어 약간 간격을 둔 뒤에 바깥 남자들이 쓰는 변소를 세웠다. 특히 솟을대문을 여닫는 빗장이 거북이 모양으로 독특하게 만들어져 있다.
 

동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사랑채가 남쪽으로 향하여 있고, 그 앞에 바깥행랑채에서 이어진 고간이 일곱칸 계속 되다가 ‘ㄱ’자로 꺾이고 북쪽으로 가면서 부엌과 방 두 칸이 더 있다.
  사랑채는 남자 주인이 거주하여 찾아 온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단아하게 균형을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정면으로 다섯칸, 옆면으로 세칸의 一자형 평면이다. 방은 두 칸과 뒷방 한 칸이며 부엌과 안창고가 있는 외에는 전부가 마루로 이루어져 있다.
 

안인례씨는 “도립미술관장을 맡았던 이흥재 전 관장이 사랑채를 보면서 ‘몬드리안 구조보다 아름답다’고 감탄했다”며 “마루에 앉아 문을 모두 열고 바라보는 풍경도 정말 멋지다”고 덧붙인다.
  사랑채에서 사용된 소나무는 백두산에서 가져왔다. 압록강~서해~부안~동진강을 통해 이곳까지 운반한 소나무로 200년이 넘은 지금도 뒤틀림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중문이 있는 안행랑채는 사랑채 뒤편에 길게 자리잡고 있다.
  여자들이 사용하는 변소, 허간, 고간, 내외벽이 있는 두 칸의 중문, 이어 헛간과 고간이 계속되다가 아홉간채에서 꺾이어 북쪽으로 부엌과 방이 두 칸 이어진다. 고간과 헛간 모두 옛날에는 문이 달려 있었으나 지금은 볼 수 없다.
 

중문을 들어서면 안마당에 ㄷ자형의 안채가 있다. 안채는 안주인이 기거하는 곳으로 대청을 중심으로 좌우 양측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좌우에는 시어머니가 기거하는 큰방과 며느리가 기거하는 작은방이 있다. 특히 아이들이 어른들이 있는 대청을 통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 갈 수 있도록 만든 구조도 독특하다. 방에 이어 꺾인 날개부분에 부엌이 대칭으로 만들어져 있다. 부엌 나무 창살이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담아낸 아름다운 무늬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부엌 창문의 높이가 각각 달라 바람의 흐름이 아주 좋다.
  안채 서쪽에 있는 안사랑채는 안주인의 손님들이 유숙하던 곳이다. 부녀자들이 이곳에서 놀기도 했고 출가했던 딸이 해산을 위해 돌아오면 이 건물에서 몸을 풀었다고 한다.
  안인례씨는 “김동수 가옥은 조선 중기 건축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는가 하면 지네와 얽힌 느티나무 등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며 “가족들과 방문해서 가옥을 둘러보고 가까운 곳에서 지역의 특색있는 음식도 접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관광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권번문화예술원 ‘예가인’
  김동수 가옥 옆에 있는 전통문화예술 교육기관으로 한국무용가 고혜선 원장이 운영하고 있다. 예가인은 예술(藝)과 아름다움(佳)이 새겨진다(印)는 뜻이다. 김동수의 셋째 아들이 살턴 집터에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곳은 1928년 설립됐다가 2007년 아시아문화전당이 건립되면서 해체된 광주 권번의 상량문과 목재가 재사용돼 많은 주목을 받은 곳이다. 현재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숙박체험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또한 5월 28일부터는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인 서사무용극 ‘하늘연인’이 공연된다.

  ▲먹을거리
  정읍 산외면은 한우로 유명한 지역이다. 산외면 소재지에 가면 많은 전문식당이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우 모듬구이가 유명하다. 도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맛있는 한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칠보면에서는 민물고기 매운탕이 유명하다. 싱싱한 재료를 사용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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