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음악영화로 문을 엽니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거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 겁니다.”(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28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제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본 투 비 블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재즈음악사에 새겨진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일생 중 1960년대를 들여다보는 작품은 인종문제가 뜨겁게 대두되던 시기, 흑인여성과의 진실한 사랑부터 술과 마약이라는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독, 일류 음악가에서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몰락까지…폭넓은 내용을 탄탄한 구성과 걸맞은 음악으로 풀어낸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는 ‘왜 쳇 베이커인가’다. 이를 연출한 로베르 뷔드로 감독은 “여러 음악가가 있지만 그들과 달리 굉장히 독특하다. 천재임에도 모든 걸 잃고 재즈음악이 죽어가던 때 재즈로 살아나려고 하는 모습이 큰 울림을 줬다”면서 “백인인데 존경하는 인물은 다 흑인이고 감옥에 수용됐을 때 영화출연을 제의받은 적이 있다. 음악도 로맨틱하면서 신비롭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궁금증인 ‘왜 1960년대인가’에 대해서는 “미국에선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라 음악 뿐 아니라 컴백, 중독, 러브스토리 같은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다. 뮤지션을 보여주는 영화들 대부분이 자서전 형태라 다르게 하고픈 마음도 컸다”고 답했다.

액자식 형태로 영화 속에서 그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는 장면이 초반 등장하고 마지막까지 그 촬영장면을 활용, 50년대와 60년대 혹은 흑백과 칼라가 교차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과 허구가 혼합된 상상의 이야기임을 다시금 강조하는 것이다. 50년대는 흑백이고 60년대는 색감이 살아있어 성공과 몰락을 거듭하는 그와 즉흥적인 재즈를 닮았다”고 언급했다.

음악은 화면 곳곳에 스며들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극대화하고 때론 말할 수 없는 것들조차 전달한다. 담당자인 재즈 작곡가 및 피아노 연주자 데이빗 브래드는 “곡 선정이 굉장히 중요해서 감독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러티브에 맞고 재즈를 몰라도 쉽게 들을 수 있는걸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보편적인 주제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얘기기 때문에 음악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듣기만 해도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쳇 베이커의 원곡은 없고 잘 알려진 곡들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인물의 삶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주연배우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 진정성 있고 폭 넓은 연기로 사랑받아온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 자체로 거듭났다. “40대 쳇과 지금 에단 호크의 외모가 매우 비슷합니다. 음악적 감수성도 그렇고요. 에단 호크가 15년 전쯤 쳇 베이커 영화를 찍으려 했으나 무산된 경험이 있어 그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었죠.”(로베르 뷔드로 감독)

데이빗 브래드는 “에단 호크는 트럼펫을 8개월~1년 정도 배우고 연습했다. 쳇처럼 잘하고 싶어 했으나 그건 힘들었을 것. 노래는 고음이면서 감미로운 목소리를 내도록 트레이닝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로 이동할 때나 호텔에서 쉴 때도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연습했다. 뮤지션들이 녹음할 때는 그들의 입모양이 어떤 지, 입을 갖다대는 건 어느 부분인지, 손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했다. 덕분에 누가 봐도 실제 하고 있다 여길 정도로 잘 해줬다”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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