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7번째인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개막하면서 전주의 봄을 알리는 축제의 계절이 시작됐다.
이번 주말 전주에서는 전주를 중심으로 촬영되었던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돌아보면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알찬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심 곳곳에 그간 많은 영화들이 촬영돼 온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촬영 장소를 직접 찾아본다면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전
먼저, 1000만 관객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주연 이병헌·한효주)와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주연 현빈·한지민) 은 전주한옥마을 내 경기전에서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 온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는데, 경기전은 전주 관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경기전은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봉안되어 있는 곳이다.
또 전주사고(史庫)가 있는데, 경기전에 사고가 설치된 것은 1439년(세종 21)의 일이다. 경기전에는 태조의 22대조이며 전주이씨의 시조인 신라 사공공(司空公) 이한(李翰) 부부의 위패를 봉안한 조경묘(肇慶廟?유형문화재 제16호)가 있고, 태조 어진(국보 제317호)이 모셔진 어진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한옥마을 주변 수많은 영화촬영지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촬영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경기전 바로 앞에 위치한 전동성당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이 참수형을 당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순교터이며, 호남의 모태 본당이 된 전교의 발상지로, 초기의 성당들이 대부분 구릉지에 세워진 흐름에서 비켜 평지에 세워진 몇 안 되는 곳이다.
두 성인이 순교한 지 1백년이 지난 1891년 봄, 순교터에 본당 터전을 마련해 전교를 시작했다. 초대 주임신부인 보두네 신부가 순교 1백주년을 기념해 1908년 건축을 시작, 서울 명동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1914년 완공됐다. 착공에서 성전봉헌까지 무려 23년이 걸렸다. 
일제 강점기였던 당시 통감부는 전주에 새 길을 내기 위해 풍남문 성벽을 헐었는데 보두네 신부가 그 성벽의 돌들을 가져다 성당 주춧돌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성당 지하에는 당시 썼던 주춧돌이 성당을 탄탄하게 떠받치고 있다. 공사는 중국인 벽돌공 100여 명이 동원돼 전주성을 헐은 흙으로 벽돌을 구웠고, 석재는 전북 익산 황등산의 화강석을 마차로 운반해 왔다. 목재는 치명자산에서 벌목해 사용했다고 한다.
전동성당은 완전한 격식을 갖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동서양이 융합된 모습이어서 어머니의 품처럼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호남지방의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의 하나로, 평지의 성당으로는 대구 계산동(桂山洞) 성당과 쌍벽을 이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종머리는 로마네스크의 주조(主調)에 비잔틴풍(風)이 가미되어 있어 건물 본체와 잘 어울려 사진촬영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전주향교
전주향교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즈넉한 선비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전주향교는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현재 건물은 조선 선조 때 건립되었다고 한다. 대성전 중앙에는 공자를 비롯하여 안자, 자사, 증자, 맹자 등 다섯 성인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향교에는 다섯 그루의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향교 내 서문 앞 은행나무 수령이 400년이나 된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 뜻이 은행나무가 벌레를 타지 않듯 유생들도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향교는 지금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교육기관이다. 대성전(大成殿)을 중심으로 양쪽의 동무(東?)와 서무(西?)로 구성된 배향(配享)공간과 명륜당을 중심으로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로 구성된 강학(講學)공간으로 이분된다. 대부분의 향교가 언덕에 자리하여 대성전이 뒤에 위치한 반면 전주향교는 평지에 위치하고 있어 전묘후학으로 대성전이 앞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의 향교는 1987년 대대적인 보수를 거친 것으로 1992년 사적 제379호로 지정됐다.
향교에는 은행나무가 있다.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에는 약 400여년 정도 된 은행나무가 각각 2그루씩 있다. 벌레를 타지 않는 은행나무처럼 유생들도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다. 현재 향교는 공간의 본래의 취지를 살려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전통교육의 장으로, 수려한 풍광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 및 영화 촬영지 ‘YMCA 야구단’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 촬영돼 유명하며, 부부의 연으로 백년가약을 맺는 선남선녀들의 전통혼례식장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향교 내 대성전 우측 은행나무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해 은행이 열리게 됐다’는 뜻에서 자웅나무라고 불리는데, 전주향교는 이 은행을 따서 지금도 제사를 지내고 있다.  또 일월문 앞 250년 된 은행나무는 은행을 따서 공을 빌면 과거에 급제한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다.

덕진공원·조경단
지난해 개봉한 장혁·신하균 주연의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혁)가 촬영된 송천동 건지산 학술림은 전주가 낳은 명필 故 최명희 작가의 묘가 있는 혼불 문학공원과 조경단, 덕진공원으로 되돌아가는 천년고도 전주의 옛길을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생태동물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인근 전주 동물원에 들러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또 1978년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감독 부지영 /주연 공효진·신민아),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주연 황정민·유준상) 등 여러 영화 속 배경이 된 장소다.
도내 대표관광지로 조성되고 있는 덕진공원은 해마다 7월초면 어김없이 홍련이 덕진연못을 수놓는다. 덕진공원 연꽃은 덕진공원이 1974년에 식재한 홍련으로, 진한 연분홍빛에 어른 머리만한 크기로 유명해 전국에서 찾아온 사진작가와 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덕진공원의 거대한 연못은 이른 여름이면, 장엄한 홍련(紅蓮)의 바다가 된다. 전체 3만평인 연못 중 현수교로 나뉘어진 동쪽 1만3000평이 연꽃 군락지다. 이 곳의 연꽃 구경은 ‘덕진채련’(德津採蓮, 덕진에서 연꽃을 감상한다)이라고 해 전주 8경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덕진연못은 고려 때 풍수지리 때문에 만들어진 못이다. 동국여지승람은 ‘전주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북쪽만 열려있는 탓에 땅의 기운이 낮아 제방으로 이를 막아 지맥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저수지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진 것에 비하면 유래가 독특하다.
덕진공원 주변에는 생태공원 오송제와 편백나무숲도 있어 간단한 옷차림의 산책에도 좋다.

영화의 거리 / 걷고 싶은 거리
전주 구도심 지역도 영화촬영 명소로 손색이 없다. 황정민·이요원 주원이 출연한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은 다가동 관광호텔 근처 ‘수빈이네 장터국수’의 모습을 담았고, 인근에는 아기자기한 골목과 카페, 맛집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영화의 거리를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의 도시인 전주를 상징하는 거리는 젊음과 낭만이 있는 곳으로는 바로 풍패지관(전주 객사) 뒤편에 있는 걷고 싶은 거리와 영화의 거리를 꼽을 수 있다. 전주의 중심 타운으로 쇼핑과 영화,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 이곳 영화의 거리요, 걷고 싶은 거리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곳이 바로 이곳 영화의 거리이다. 영화와 한류, 쇼핑문화를 만날 수 있는 영화의 거리와 걷고 싶은 거리는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될 정도로 낭만적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이승석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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