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있어 바다는 밥이자 집, 안식처다. 잠수 시 중요한 건 ‘숨’인데 하늘이 준 숨 참는 능력에 따라 계급 즉 들어갈 수 있는 깊이가 결정되고, 그것에 순응하며 무리지어 살아간다. 반면 위험천만한 곳이다.
  잔잔하던 물결은 이내 거친 파도로 변하고 위로는 고깃배, 아래로는 해충과 문어가 엄습해온다. 욕심이라도 낼라치면 숨이 다해 들이마시는 물숨으로 목숨을 잃는 상황.
  매일의 출근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고 저승에서 돈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생길 정도지만 주저 없이 몸을 내던지는 이들의 이름은 바다의 여인, 해녀다.
  1일 오후 5시 30분 메가박스 6관에서 상영 및 GV가 이뤄진 고희영 감독의 ‘물숨’은 정부가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재주해녀를 소재 삼는가 하면 ‘모래시계’ ‘힐러’ 같은 드라마로 잘 알려진 작가 송지나가 글을 쓰고, 아버지의 뿌리가 제주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곡을 만들어 일찍이 기대를 모았던 작품.
  GV에 참여한 고희영 감독은 “제주도가 고향임에도 참 싫고 벗어나고 싶었다. 해녀들도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면서 “수평선을 건너 방송작가 생활을 하다가 마흔에 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하던 중 어쩐 일인지 제주도에 가고 싶었고 거기서 죽을 수도 있는데 거침없이 뛰어드는 그녀들을 봤다. 나도 내 바다에 저렇게 몸을 맡겨봤나 생각게 됐고 그제야 위대함을 깨달았다”고 계기를 전했다.
  특히 해녀를 멀리서 바라보거나 그 중 한, 두 사람을 조명하는데 그쳤던 여느 다큐와 달리 공동체를 아우르고 일상부터 사계절, 희로애락까지 깊숙하고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날 것 그대로의 맑고 푸른 화면과 함축적이지만 명료한 글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좇는 음악이 이를 실현한다. 진행을 맡은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해녀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았지 계급이 있다거나 물숨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접근방식도 다른 거 같다”고 언급했다.
  화면은 실제 가서 보고 있는 듯 자연스럽고 편안한데 고 감독은 “글의 경우 자연에 갔고 인생도 왜곡되지 않도록 지루하더라도 자연스레 구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촬영 스태프는 “수중 촬영 시 라이트 없이 찍었다. 보는 이의 눈이 불편할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을 터. “7년 찍고 2년 후반 작업했습니다. 일단 해녀들의 반대가 컸는데 이분들의 마음을 얻고자 제주도에선 제사상에 올릴 만큼 귀한 빵을 공항에서 사서 자전거로 실어 날랐습니다. 2년 간 했더니 빵집 아줌만 줄 아시더군요.”(고 감독)
  그는 이어 “펀드나 투자도 받지 않았다. 마음의 빚이 돼 주인공들을 다그치고 뭔가를 만들려고 욕심낼까봐”라며 “원고, 통신, 다큐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서 돈을 모은 다음 다시 가서 찍길 반복했다. 힘들었지만 자본에서 독립되니 천천히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촬영이 길어지자 바람도 생겼다. 제주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이다. “아무런 장비 없이 잠수하면서 무리로 활동하는 건 세계 해양문화에서 해녀가 유일하나 장비 없이 물질하는 면에선 일본의 아마도 흡사하다. 둘 다 유네스코 등재를 준비하고 있어 영화로 작은 힘이나마 얹히고 싶었다”고 전했다.     
  “노장 해녀들이 젊거나 초보인 해녀들에게 해 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에 들어가면 절대 욕심내지 말고 너의 숨만큼만 하라고. 욕망을 다스리면서 바다를 누리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바다를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그랬길 바랍니다.”(고 감독)./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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