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영화제 중반부를 넘어섰지만 영화는 아직 상영 중이고 영호애호가들은 여전히 배고프다. 서두르자. 다양한 국적과 장르의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먼저 월드 시네마의 너른 지형을 만화경처럼 보여주는 ‘월드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에서는 2편이 눈길을 끈다. 황 얄리 감독의 ‘르 물랭’은 1930년대 대만 최초의 근대예술가 그룹 르 물랭 시인회를 포착한다. 상처받은 역사의 증언이자 기록인 기존 아시아 다큐와 달리, 비타협적이고 세련된 그들만의 언어로 격동의 시대에 저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3일 오전 10시 30분 CGV3, 6일 오후 6시 CGV5.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다니엘 부르만의 신작 ‘열 번째 남자’는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애증의 부자관계와 아들의 사랑을 다루는데 유태인의 관습과 사회적 현실을 재기발랄하게 교차하고 블랙유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4일 오후 2시와 6일 저녁 9시 메가박스 Table M.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야외상영작 중 채드 하티건의 ‘미국에서 온 모리스’는 어린이날에 맞춰 독일로 이주한 흑인 소년 모리스의 성장을 지켜본다. 흔한 성장영화의 문법을 좇지 않으면서도 첫사랑의 열병, 권위에의 반항, 자아와 세계의 합일에 대한 열망 등 그 맘 때 징후들을 고루 훑는 게 특징이다. 5일 저녁 8시 야외상영장, 6일 오후 2시 메가박스 Table M, 7일 오후 5시 30분 CGV4.
  시네마페스트작인 후나하시 아츠시의 ‘걸그룹 NMB48’은 일본 아이돌 그룹 NMB48의 4년 여정을 돌아보는 다큐다. 48명의 맴버들은 협조하면서 경쟁해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저마다의 절박한 이유로 견뎌낸다. 인기와 실력으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습은 한국의 아이돌과 다르지 않다. 3일 오후 5시 30분 CGV2, 6일 오후 5시 30분 CGV4.   
  ‘스페셜포커스’에 중 ‘모던 칠레 시네마: 라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영토’에 초청된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멘드라스의 ‘헛소동’은 셰익스피어의 동명희곡과 실제 뺑소니 사건에서 착안, 하룻밤 소동 뒤 찾아온 아이러니를 그린다. 살인 누명을 쓴 남자를 통해 권력과 자본 앞 진실은 얼마나 연약한가를 드러낸다. 5일 오후 2시 CGV2.
  ‘필립 그랑드리외: 영화언어의 재발견’에 포함된 ‘위협’은 전위적 영상작가이자 이론가인 감독의 신체-이미지 탐구가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네 무용수의 육체를 영화적 언어로 재조합해 서사나 의미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지는 이미지의 향연을 확인할 수 있다. 4일 오후 2시 30분 메가박스 9관, 6일 저녁 9시 디지털독립영화관./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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