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기에 더 강렬하고 더 깊은 여운.

2일 오후 5시 30분 메가박스 6관에서 마련된 ‘한국단편경쟁 2’ 상영 및 GV를 찾았다. ‘모두의 게임’을 제외한 ‘순환하는 밤’ ‘적막의 경관’ ‘천막’ 3편의 감독들이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예슬 감독의 ‘모두의 게임’은 인생게임 속 주인공이 강아지 친구와 게임에 임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담는다. 캐릭터는 귀엽고 내용은 빠르면서 유쾌하지만 구매력에 따라 성장치가 달라지고 게임머니가 바닥나면 종료를 강요당하는 모습은 금수저와 흑수저가 구분되는 현실 그 자체다.

백종관 감독의 ‘순환하는 밤’은 여러 장의 사진과 그가 촬영한 영상을 특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고 셰익스피어의 ‘햄릿’, 단테의 ‘신곡’ 등 몇 권의 책에서 빌려온 문구들을 덧댄다. 둘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유령성이다.

백 감독은 “햄릿 속 아버지 유령이 투구를 쓰고 있고 지난해 집회에서도 다양한 가면을 쓰고 있는 등 통하는 부분이 있어 둘 다 넣었다. 4.19와 5.18 관련 컷도 많다”면서 “정면을 응시하는 것들을 주로 사용하고 오늘날에도 해당되는 고전 글귀들을 나열함으로써 ‘기억하자, 망각하지 말자’는 의미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고민이 많았다는 사운드는 평상시 녹음한 것까지 활용해, 추상적인 이미지에 현실감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연기 연출도 좋아해서 다음엔 그런 걸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란희 감독의 ‘천막’은 현실과 허구 그 경계에 서 있다. 2007년 경영이 악화됐다며 일방적으로 폐업한 콜트콜텍과 이에 맞서 10여 년간 연극, 밴드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오고 있는 해고 노동자 3명의 이야기를 그대로, 실제인물들이 소화한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천막에 나오는 밴드의 공연을 봤는데 정말 많이 틀려서 웃음이 나면서도 눈물이 나더라. 존경스러움과 사랑스러움마저 느껴 인터뷰를 요청했다”면서 “들을수록 이들의 역할이 대체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당사자들이 연기하게 됐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물을 떠서 옮기는 건데 입장을 함축적으로 보여줘서”라고 전했다.

노동자이자 출연진인 김경봉은 “내일이면 끝날거야, 집에 갈 거야 하다보니 10년이고, 우리 상황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보니 밴드에 연극에 영화까지 하게 됐다. 직업이 아니니 잘 할 순 없겠지만 그냥 솔직히 전달하고 싶었고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봤음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을 장식한 오민욱 감독의 ‘적막의 경관’은 그의 거주지인 부산에서 부모님의 고향인 경남 거창으로 향하는 길의 풍경과 거창양민학살사건을 기리는 거창사건추모공원을 천천히 곱씹는다.

오 감독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프로젝트를 하려다 내가 경험했고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는 과거가 더 작합하다는데 미쳤고 그게 바로 벌초를 위해 매년 찾는 거창”이라며 “앞서 만든 영화들은 역사에 관한 것들이었고 이번에도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다룬다. 보이는 풍경에서 보이지 않는 역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면한 것들을 바로 보여주는 다큐와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루할 수 있지만 느끼는 바 있어 느리게 흑백으로 구현했고, 추모공원 비디오도 그대로 삽입하기보단 다른 느낌으로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사건 당시 기록된 사진 한 장은 칼라로 대신했습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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