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는 ‘거꾸로 수업’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에서도 일부 학교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4년에 시작된 전북의 ‘거꾸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살펴본다.

▲거꾸로 수업 도입
전북교육청에 자료에 따르면 영어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 불리는 ‘거꾸로 수업’은 지금까지 교실에서 강의하고 집에서 숙제해 오는 방식을 거꾸로 뒤집어 진행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했던 강의식 수업을 10분 내외의 동영상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미리 집에서 보고 오도록 하고, 교실에서는 토론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개념을 이해하고 질문하는 방식이다.
2010년 미국에서 시작해 호주, 유럽 등으로 퍼져나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소개된 이후 국내에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전북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김승환 교육감은 2014년 7월 취임사를 통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더 잘 하게, 배움의 터득이 더딘 아이는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꾸로 수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됐다”면서 “수업 공간과 숙제 공간을 바꿔 진행하는 수업 방식인 ‘거꾸로 수업’을 통해 우리 전북의 학생들이 전통적 학력뿐만 아니라 참 학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승환 교육감 2기 출범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박승배 전주교대 교수는 지난해 본보에 기고한 컬럼을 통해 “120여 년 전 갑오개혁기에 있었던 교육개혁 이후 우리 교육은 ‘외우는 관습’, 즉 암기교육의 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거꾸로 수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바 있다. 박 교수는 같은 컬럼에서 “지난해부터 전북교육청에서는 ‘거꾸로 수업’을 추동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거꾸로 수업’은 암기식 수업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수업방법이다. 교사에게는 가르치는 즐거움을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조는 학생을 깨워 수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며 도내 교사들의 참여를 권고한 바 있다.
▲도교육청 정책
2014년 전북교육청은 제17대 교육감 공약으로 ‘거꾸로 수업을 통한 학생 맞춤형 수업 실현’을 채택하며 그해 11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도교육청은 학계전문가, 전문직, 초·중등 교원 등 20명으로 ‘거꾸로 수업’ 추진단을 꾸려 3개월간 운영하고 학계 전문가 2명을 초빙, ‘거꾸로 수업’ 개념 설정을 위한 자문을 구했다. 2014년 배움과 성장의 수업축제 ‘거꾸로 수업이 궁금해요’에 참가하며 준비작업을 거쳐 11월부터 초?중등 교사 20명으로 시범 운영단을 꾸렸다. 운영단 소속 교사들은 주 1회 이상 자체 수업을 한 뒤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점과 발전방향 등을 모색했다. 그 해 워크숍과 직무연수 과정을 통해 180여 명의 교원들이 거꾸로 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2015년에는 4월부터 60학급 교실당 250만원을 지원하며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갔다. 올해 까지 도내에는 기존 49개 교실과 신규 58개 교실 등 모두 107개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변완섭 도교육청 장학관은 “거꾸로 수업은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과 토의?토론 및 협력학습 등 다양한 수업 활동을 통해 학력뿐만 아니라 문제해결력, 사고력, 창의력을 확장해 나가는 새로운 수업 방식이다”며 “교원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정책으로 연수 등을 통해 거꾸로 수업의 장점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거꾸로 수업 2년차 이연희 교사
“거꾸로 수업의 핵심은 선생님의 일방적 강의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아이들의 활동시간을 최대한 늘려주는 것입니다.”
전주용소초 이연희 교사는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거꾸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담임을 맡은 반 외에 6학년 한 학급과 3학년 한 학급 등 모두 3개 학급이 거꾸로 수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6학년 전체 4개 학급이 참여한다. 도교육청의 ‘혁신학년’에 포함돼서다.
“초등학교 한 시간 수업시간 40분은 수업제시, 활동, 정리활동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동영상(디딤영상)으로 다음 수업의 기본핵심을 알려줍니다. 동영상을 보고 온 아이들은 수업 시간을 이 부분을 빼고 활동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디딤영상을 전달하는 방법은 스마트폰의 학부모 밴드를 통해 해결했다. 밴드에 디딤영상을 올려놓으면 학부모들이 확인한다. 학부모들은 내일 아이들의 수업 내용을 미리 확인하는 동시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어떻게 실시되는 지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얻게 된 셈이다.
이 교사가 ‘직육면체의 겉넓이와 부피’ 수업을 위해 만든 디딤영상은 1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10분짜리 디딤영상을 기대했지만 시간은 중요치 않다. 물론 꼭 영상일 필요도 없다. 영상은 여려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 이라는 게 이 교사의 생각이다.
이 디딤영상에는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을 소개하고 있다. 과자상자, 색지, 가위, 풀을 제시하고 이어 수업의 기본 핵심을 보여준다. 조건은 3가지. 만나는 면의 색을 다르게 해라, 가장 적은 수의 색을 사용해라, 가장 적은 양의 색지를 사용해라다. 이 3가지 조건으로 과자상자를 꾸미는 ‘직육면체의 겉넓이와 부피’ 수업이 이루어졌다.
아이들이 즐겁게 수업하고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모습이 보면 보람있다는 이 교사는 거꾸로 수업 공부에도 열심이다.
전주시내 초등학교 7개 학교 11개 교실의 교사들이 매월 모여 정보를 공유한다. 특히 올해 처음 수업을 진행하는 신규 교사들에게 선배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교사의 철학이나 시각에 따라 수업 방법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장점은 장려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핵심가치는 지키되 방법론적 접근은 계속 고민돼야 합니다.”
거꾸로 수업의 핵심은 ‘학생중심’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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