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전주박물관 김승희 관장이 업무 운영방안과 향후 목표를 밝히고 있다./유경석기자·disovery2@

전문성 향상을 이유로 지역 국립박물관 13곳 중 4곳이 내부임용에서 개방형직위로 전환됐다. 전주도 그 중 한 곳인데 서류와 면접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어떤 이가 올지에 대한 기대가 컸던 상황.
  재공고에 10명이 넘는 지원자까지 거쳐 지난 8일 임명된 이는 바로 김승희 신임 국립전주박물관장이다. 줄곧 수도권에서 자랐고 전주에서 근무한 적도 없지만 전주를 비롯한 전북에 대한 마음과 이해는 깊었고 발전방안은 확고했다. 전주를 사랑하고 싶다는 그를 24일 만났다.   
1 전주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심사 때 면접관도 똑같이 질문하더라. 개방형 직위 관장 중 유일하게 고위공무원단인 것도 이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감히 전주를 사랑해서다.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일단 전주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문화예술 풍토, 예향의 분위기가 나의 기질과 맞다.
  둘째는 인간사를 크게 예술과 종교적 측면으로 나눌 수 있고 여기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세분화된다고 보는데 전주나 전북은 두 가지 모두 강하다. 미륵사상이 창궐될 때 모악산이 중심이 됐는가 하면 농악, 기독교, 원불교 등 여러 부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 데서 알 수 있다.
 
2. 전주에서의 첫 근무 소감 및 현재 상황은   
- 이제 3주차다. 원하던 곳에 오게 돼 기쁘지만 석 달 가량 공석이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추스를 게 많았다. 직원들의 부담도 컸을 거고 전북이나 박물관에 대해 알고 싶어 정규직 직원 33명을 1대1 면담 중이다. 정규직이 아닌 분들의 목소리도 순차적으로 들을 것. 소모적인 거 같지만 얻는 게 더 많다.  
  조직이나 일이라는 게 결국 사람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는 게 중요하고 일하는 이의 진심어린 영혼이 담겼을 때 성과도 더 커서다. 그들이 좀 더 창조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하도록 돕고 싶다. 너무 더워서 인사도 못 다녔는데 이제는 대외적인 부분에 신경 쓰겠다.  
  개방형 직위다 보니 사업을 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거 같다. 미래를 준비하고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보다 중요한 가치를 마음에 새기겠다.   
 
3.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전주박물관의 모습은 어땠나.
  전북인들은 성품이 온화하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축적 때문인지 자존감이 강한 거 같다. 그것이 과거 화려한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내지 의무감이 아니라 현재성을 갖고 있고 체화돼 있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전국 박물관이 1,000여개로 인구 5만 명당 1개꼴인데 전북은 4만 명당 1개꼴인 것도 이를 증명해준다. 다만 한지, 소리, 영화 등 콘텐츠가 다양하고 풍부하다보니 어느 한 가지를 표방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좀 아쉽다.   
  경주박물관은 신라, 부여박물관은 사비 백제, 공주박물관은 웅진 백제로 정체성이 분명하지만 전주박물관은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 그래서 내세우는 게 없다. 굉장히 포괄적이고 모호한 만큼 뚜렷한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선택하고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를 하나로 집약시키고자 한다. 

4. 구체적인 방향성과 사업을 제시한다면
  시간을 가지고 박물관 관계자 및 도내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고민해봐야겠지만 후백제 수도와 조선왕조 본향으로서의 색깔은 이어가려 한다. 후백제가 역사에 귀감 되지 않고 오늘날과의 연결성이 불투명하다는 비난도 있으나 지역에서 일어났던 굉장히 중요한 역사의 흔적임을 부정할 순 없을 거다. 판단하기 이전 사실을 복원하고 보존할 의무를 가지는 게 박물관 아닌가.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조사, 연구, 고증하겠다.
  조선왕조의 경우 본향이라는 자부심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관련 박물관과 협약을 체결해 연구실적과 유물을 계속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추상적인데 그치지 않고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확보하려 한다. 산재해 있는 유물을 끌어 모아 우리 박물관에서 보게끔 하겠다.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보편화, 세계화 나가는 작업도 병행할 것이며 박물관에 오는 걸 생각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기회를 줄 수 있을지 교육 측면도 고심해 보겠다. 소장품을 보존하는 건 미래를 위한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소임이다.   

5. 전주 및 전북과의 소통방안은
지역의 중요한 부분인데 대중적,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 지역 기관이나 행사와 협력해야지만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 협의된 사안은 아니나 가까이 있는 전주역사박물관과는 일부 중복된 요소도 있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연합전을 열고 동선도 같이하면 좋을 것.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경우 20년이 넘은 걸로 아는데 비엔날레가 현대서예작가들을 선보인다면 박물관은 동일 기간 조선시대 서예흐름 속 지역의 유명한 서예가들을 소개하는 거다.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지 않을까. 가능한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싶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인하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과정을 마치고 미술전문잡지 가나아트 기자를 역임했으며, 전공분야는 불교회화로 ‘감로탱’을 출간하고 다수의 관련논문을 썼다. 박물관과는 1992년 인연을 맺어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과 국립공주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장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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