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향에 한 젓가락, 짜지않아 두 젓가락··· 저염 주박장아찌 '히트'

<농업도 경쟁력이다: 군산시 '백년맛찬'> 황성조 기자l승인2016.09.21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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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백년맛찬'의 이삼구(67), 남화자(62) 대표는 원래 시설오이 재배 전문가들이었다. 오이 전문가였던 남편 이삼구씨는 2007년부터 울외작목반을 구성하고 군산의 대표적 밑반찬인 '주박장아찌' 업체들에 울외를 납품했다. 그런데 부인 남화자씨 역시 평생 군산 '주박장아찌'를 만들어 온 전문가였다. 자연히 이들 부부는 오이, 울외, 무를 이용한 '주박장아찌' 제조를 시작했고, 저염식 환자들이 찾는 독특한 '주박장아찌'를 만들어냈다. 점차 어려워지는 영농 현실 속에서 재배 및 가공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 특화상품화에 지역농민들을 참여시키는 일은 '농업인품목연구회'가 나가야 할 길로 여겨진다./

◆다시 찾는 추억의 '주박장아찌'

'주박'이란 술(정종)을 만들고 남은 술찌게미로, 보통 '주정박'이라 불린다.
군산에서 이를 이용해 발효음식을 만드는게 주박장아찌이고, 재료는 울외, 오이, 무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전에는 '나나스키', '나나스께', '나나스케' 등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모두 일본 나라현(縣)의 절임(즈케)이란 뜻의 '나라즈케'에서 유래됐다.
일제는 강점기 시절 군산, 목포 등 곡창지대 항구를 비롯, 익산, 정읍까지 우리쌀을 술로 만드는 정종공장을 세웠고, 자연스레 이들 지역에서는 부산물 주박으로 만든 장아찌 생산량이 많아졌다.
주박이 천연방부제 역할을 해 오래 보관할 수 있음과 동시에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입맛을 돋워주는 반찬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사랑받던 시절 주박장아찌는 전국적인 유행을 탔다.
그러다 주류 다양화로 정종공장들이 사라졌고, 현재는 군산 1곳만 남아 주정박을 전국에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식생활 서구화까지 겹쳐 점차 사라져가던 주박장아찌가 건강을 생각하는 유행에 따라 추억의 음식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주박을 사가는 바람에 주박 단가가 술보다 비쌀 정도다.

◆주박과 찰떡 궁합인 '울외'

이삼구·남화자 부부의 주박장아찌 가공은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이 부부는 고향 군산에서 오이를 전문으로 생산하던 농부였다.
그런데 남화자씨가 고향 군산에서 유명세를 탔던 주박장아찌 제조 기술을 잘 알고 있었고, 남편 이삼구씨는 울외 및 노지무를 재배하면서 2006년부터 3종류의 장아찌 제조 연구가 거듭됐다.
이와 함께 연작장해 등 애민한 성격의 오이를 키우던 전문가 이삼구씨가 2007년부터 울외작목반을 구성하고 상품의 장아찌 재료를 공급하니 군산이 자랑하는 독특한 맛의 '주박 장아찌'가 탄생했다.
이삼구씨는 2012년 작목반을 연구회 성격으로 바꿔 44명의 회원과 함께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 등록했고, 울외특성화사업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회원들은 군산의 강점인 '주박'과 고품질 '울외'가 만난다면 시장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매월 정보를 교환하고, 울외 계약재배 및 장아찌 제조 등 공동연구 및 경쟁 가공을 진행한다.
도울 것은 서로 돕고, 경쟁은 깨끗하게 하자는 효율적인 연구회가 탄생한 셈이다.
이삼구 대표는 "절임 식품류는 채소류 수급과 산지가공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맛의 군산 주박장아찌

이삼구·남화자 부부는 시설 울외 및 오이와 노지 무 약 8,000㎡(약 2,400여평)를 재배하는 농부다.
지난해 수확량 중 50톤을 주박장아찌로 가공하고, 40톤은 원협에 출하할 정도로 이들 부부는 오이류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주박장아찌로 유명한 군산에서도 또 다른 독특한 장아찌 맛을 알고 있던 남화자씨는 자신만의 주박장아찌 제조법을 개발했다.
결국, 2014년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가공 노하우를 데이터화하기 위해 객관적 연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농업인 소규모 창업기술지원'을 받았다.
내친 김에 연구를 거듭한 남화자씨는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여성농업인창업자금을 지원받아 2015년 1월 '백년맛찬'이란 '주박장아찌' 전문제조업체를 창업했다.
타 업체들은 7월경 울외 등을 수확해 2개월이 지난 추석 정도에 주박장아찌를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백년맛찬'은 최소 1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 제품만 출하한다는 레시피를 갖고 있다.
'백년맛찬'은 장아찌가 짠맛보다는 향과 식감이 독특하면서도 저염식이어야 한다는 판단에 출하 전 0.8~1.2%로 염도를 맞춘다.
이를 위해 배어난 짠맛 주박을 긁어내고 새 주박을 입혀 염도를 낮춘다.
제작비용과 기간이 길어져 자금 회전율이 떨어지지만, 전국의 저염식 환자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백년맛찬'의 레시피는 한 가지로 굳어졌다.
남화자 대표는 "저염 주박장아찌는 5년이 넘어도 색과 향은 진해지고 염도는 더욱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면서 "환자가 깊은맛을 칭찬하는데, 자금 회전율을 올리기 위해 염도를 다시 올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2014년 담가 놓은 15톤 분량의 주박장아찌가 7.5톤으로 줄었는데, 2015년 매출마저 2,100만원에 머물렀다.
대신 소문이 나면서 올 상반기에만 8,700만원의 매출이 올랐고, 창고에는 지난해 담가 놓은 50톤 분량(장아찌 25톤)이 숙성되고 있다.
이삼구 대표는 "결국, 우리는 우리만의 레시피로 군산 '주박장아찌'의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고 정리했다.

◆어려움

간장·된장·고추장 장아찌는 시간이 갈수록 염도가 높아져 맛이 짜다.
이삼구·남화자 부부는 '과연 염도가 낮아지는 상품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지금도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걱정인 것은 노동인력 구하기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수확 및 작업시기만 되면 인력 구하기가 걱정이다.
장아찌 일이 힘들다며 오질 않으니 노부부가 해야 할 일이 점차 늘고 있다.
나이 탓에 능률도 점차 떨어지고, 힘까지 든다.
특히, 인력 구하기도 힘들지만, 가르치는 시간도 많이 든다.
과채류 특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그렇다.
몇해 전 어느 인부가 착과시기 순 정리를 알려준대로 따르지 않아 나중에 온실 한쪽 전체 오이가 열매를 맺지 않기도 했다.
인력 구하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공 및 판매까지 몇년씩 걸리는 제품 개발이 쉬울 정도다.
이와 함께 신생기업이어서 마케팅 실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홈페이지와 로컬푸드 일부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는 아직 매출이 넉넉치 않아 직원을 구하기도 힘들다.
일부 단골손님 덕분에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손이 모자라 블로그 꾸리기에도 벅차다.
다행이 지난 추석 대목에 몇몇 대기업에서 선물세트를 주문해 용기를 주고 있다.
이삼구 대표는 "농사 30여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아 나름 자부심이 있지만, 인력 구하기는 여전히 농가들을 압박하는 가장 큰 문제로, 우리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미래

장아찌는 모든 재료가 이용 가능한 게 장점이다.
오이피클 수요가 피자, 스파게티 때문에 늘어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최근 건강 및 추억의 맛이 유행하면서 남아있던 소규모 장아찌 업체들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마주하게 됐다.
수도권은 가정에서 장아찌를 담그지 않지만 수요를 크게 창출하는 지역이어서 업체들의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삼구 남화자 부부는 '코끼리 마늘'과 '여주'로 만든 장아찌를 이미 개발해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인근 농가에서 납품을 약속한 '연근'으로도 장아찌를 만들고, 1,650㎡(500평)에서 재배 중인 '차요테' 장아찌도 만들어 시험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차요테는 식감이 좋고 건강 기능성이 있어 장아찌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위생생산 공정이 도입된다면 건강성에 위생성까지 만족시키는 식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더덕, 매실, 도라지 등 몸에 좋은 재료도 모두 실험 대상이다.
이삼구·남화자 부부는 "명품 장아찌를 만들어 군산 명문 장아찌 회사들과 겨루고 싶은 게 바람"이라고 미래 포부를 밝혔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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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아찌 제조의 선구자 『백년맛찬』

   전라북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송은주 연구사 

일본의 나나스케라 불리는 울외 주박장아찌는 전북 군산을 중심으로 많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당시 일본식 청주 양조장도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나스케가 군산을 중심으로 크게 번지는 계기가 되었다. 롯데주류(구 백화양조) 군산공장은 청주 5만 5천ℓ를 포함하여 연간 총 8만ℓ의 술을 생산하며 단일 공장 규모로는 아시아 1위, 청주 생산량만으로는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대규모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주박은 도매업자를 통해 개개인의 농산가공업자에게 전달되며 가공원료로 재생산되고 있다.

 『장아찌』란 오이, 무, 마늘 등의 야채를 간장이나 소금물에 담가 놓거나 된장, 고추장에 넣었다가 조금씩 꺼내 양념해서 오래 두고 먹는 음식을 말한다. 오랜 시간 보관이 가능한 만큼 장아찌를 만든 후 숙성이라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중 탈염을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 짠맛과 단맛의 비율이 적절하게 맞춰지게 된다.

  전북농업기술원에서는 제조농가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염장식품의 숙성과정과 탈염 방법 등 장아찌 제조 중간 중간에 일어나는 문제점을 즉시 컨설팅해 해결했다. 또한 장아찌의 염도를 낮추고 아삭한 식감이 지속되도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아열대 작물에 대한 재배기술과 가공품 제조방법을 지도해 장아찌를 담그고, 기간별로 맛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유용성분을 분석을 통해 찾아가는 등 새로운 장아찌 시장 개척을 위해 연구기관과 농가공 업체가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아찌는 주로 된장과 간장만을 이용하다가 19세기 이후 고추장을 이용하면서 다양한 맛을 내게 되는데, 거기에 울외 장아찌와 같이 술지게미를 발효시켜 만든 주박까지 이용하게 되면서 장아찌는 짠맛, 매운맛, 달콤한 맛 등 훨씬 풍부해진 맛을 낼 수 있게 됐다. 여름철에 물 말은 밥에 먹는 장아찌 한 그릇은 입맛 잃은 사람에게 영양제 못지않은 보약이다. 지금까지 장아찌를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연령이 선호하고 있었다면, 농업기술원은 장아찌류를 젊은 사람의 입맛에도 맞도록 새로운 품목, 소단위 포장, 낮은 염도를 추구하는 노력을 가공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황성조 기자  food2dr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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