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한옥 속에서 만석꾼의 깊은 도량을 엿보다

<명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익산 함라 삼부잣집 고택> 김종순 기자l승인2016.10.12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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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古宅)은 말 그대로 오랜시간이 흐르며 인간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옛날의 집을 말한다. 우리의 역사를 담은 대표적인 고택(古宅)은 한옥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고택을 한옥으로만 단정지을 순 없지만 우리의 전통은 한옥만큼 익숙하게 떠오르는 고택이 없다.

고즈넉한 한옥에 향긋한 나무냄새에 취해 한껏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한옥.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아 맑은 공기를 가슴에 품는다면 이보다 더좋은 행복감이 또 있을까?

물론 도시생활에 너무나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생활이 복잡하고 이용의 불편함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로인해 우리의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은 어린 아이들도 학습이나 체험, 견학 등으로만 접하면서 색다르다는 정도의 느낌만을 주고있다는 평가이다.

그래서 자연친화형으로 건립된 우리 전통양식의 한옥 고택은 이색적일 뿐이다는 보편적인 시간에 주위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고 널리 찾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옛 스러움의 향수를 찾아 너도나도 한옥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궁금해한다. 일명 복고풍이다. 한옥의 생김새, 한옥에서의 일상생활 등 이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고 발달된 SNS에 한옥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정보공유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피드백도 빠르다. 소통된 SNS에 같은 장소를 찾고 같은 체험을 실시하기 위해 서로 공유하기 위해 분주하다.

한옥을 접하고 자신들의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전북 익산의 삼부자집 100년 고택에 대한 입소문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익산의 함라면 면소재지 마을에는 3명의 만석꾼 부자가 생활하면서 가꾸어온 한옥 고택이 그 위용을 자랑하기 위해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역사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익산시 함라면 함라마을에 위치한 대표적인 고택은 김안균 가옥과 조해영 가옥, 이배원 가옥이 그것이다.

 

▲ 김안균 가옥 전경

○ 최고 규모 자랑하는 상류가옥, ‘김안균가옥’

 

익산시 함라면 수동길 20번지에 위치하며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김안균가옥은 지난 1986년 9월 9일 전라북도 민속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삼부자집의 가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김안균가옥은 전북지역에서는 가장 크다고 소문나있으며 안채와 사랑채는 1922년에, 동·서 행랑채는 1930년대에 건립된 걸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전통적인 상류가옥의 변모를 보여주고 조선 말기 양반가옥 형식을 기본으로 구조와 의장에 일본식 수법이 가미된 특징이 있다.

현대식처럼 거실과 침실을 구별했고 사랑채 가장 깊은 곳에 별도의 침실을 마련했다. 사랑채와 안채 앞뒤로 복도를 두르고 유리문을 달아 채광을 조절한 게 눈에 띈다.

사랑채는 팔작지붕으로 대청은 누마루 형식으로 정교한 아자(亞字) 난간을 둘렀다. 안채는 비교적 전통적 기법을 유지하고 있다.

1920년대에 지어진 만큼 우리나라의 전통적(傳統的)인 상류가옥이 이 무렵에 어떻게 변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 조해영 가옥

○ 아름다운 돌담길이 매력인, ‘조해영가옥’

 

1918년 지어졌다는 조해영가옥은 익산시 함라면 수동길에 위치해 있으며 김안균 가옥보다 하루 앞선 1986년 9월 8일에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되었다.

대문만 12개여서 열대문집으로 알려진 조해영 가옥은 여러 채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안채와 본채, 별채만 남아있다. 안채는 상량문에 ‘대정(大正)7년’이라 명기되어 있어 1918년에 건축된 것으로 보여지고 별채는 안채보다 조금 늦은 1922년이나 그보다 조금 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가옥은 정남향에 가까운 남남서향이며 안채와 별채는 모두 남북으로 길게 서로 평행하게 배치되어 있다. 안채는 남쪽으로, 별채는 서쪽으로 향해 자리 잡고 있다.

대문채 안쪽으로는 집안 여성을 위해 안채를 가리는 헛담은 아름다운 돌담길 꽃담으로 쌓았다.

꽃담 바깥 담장은 붉은 벽돌로 쌓고 그 중앙에 화려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네모나게 흰 회칠을 하고 돋아나게 그린 그림 속으로 학, 사슴, 구름, 연꽃과 산삼 등 십장생 벽돌꽃담이 있다. 경복궁 대조전 뒤뜰의 굴뚝꽃담을 모방해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 이배원 가옥 전경

○ 전통의 향수가 가득한, ‘이배원가옥’


2012년 11월 2일 민속문화재 제37호로 지정된 이배원가옥은 함라면 천남1길에 위치해 있다.

삼부자집 가운데 가장 먼저인 1917년에 지어진 이배원가옥은 김안균가옥과 조해영가옥의 모델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면의 구성에서도 서로 연관성을 찾아 볼 수 있다.

건립 당시에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곳간채 등을 비롯해 이 집안의 부를 이뤘던 여러 채가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주위의 토석 담장만이 남아 있다.

사랑채는 내부가 개조되어 1959년부터 원불교 교당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안채는 입식부엌으로 개조하여 활용하는 안방 뒤쪽 공간을 제외하고 비교적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배원가옥은 함라면의 한옥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오래된 전통 가옥으로 인근 조해영가옥, 김안균가옥과 토석 담장, 한옥 기와지붕 등이 어우러져 전통적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위 세 가옥은 특이하게도 한 마을에 같이 함께한 만석꾼들이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이익에 치중하지 않고 어려운 주민들을 돕고 마을의 번영에 앞장,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양반계층의 분화, 해체 이후 근대기 부농계층의 등장, 그 단면을 잘 보여주는 근대화된 부농가옥들은 현재 고택으로서 마을의 자랑거리이며 지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여기에 익산 함라면 삼부자집 한옥들은 고택으로써 가지는 의미는 남다른데다 세 가옥에 담긴 각각의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으며 꽃담, 흙돌담, 거푸집담, 돌담까지 함라마을의 담은 다양한 모습으로 체험거리가 풍부해 역사적인 문화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급속한 현대화 속에 우리의 역사·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고택의 문화재 보존과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익산=김종순기자.soon@

 


김종순 기자  soonkim2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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