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진 전주시 사회적경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서울시 성북구 길음1동에는 ‘소리마을’ 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주변은 거의 뉴타운 개발로 인한 아파트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소리마을만은 존치지역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물론 사업성 부족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분지 형태의 이 마을을 그대로 방치하면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될 상황이었다. 또한, 뉴타운에 대한 상대적 피해의식과 공동체 의식의 파괴 등이 연이어 발생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서울시와 성북구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극복하고자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고, 이 시설의 운영방안을 마련하였다. 지역의 현안을 지역에서 풀어내는 일종의 출구전략을 실행하였다.

이 커뮤니티 사업의 첫 번째 선행 과제는 경험이 없었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역량 강화가 필요했다. 그 시작은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공동체 활동가였다. 자체 해결이 어려운 주민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성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함께 지원센터에서 직접 현장에 파견한 활동가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큰 성과를 가져온 것이었다.
즉, 마을 주민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어주고 대변해주며 항상 함께하는 활동가의 몫이 소리마을을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다. 파견된 활동가가 해당 마을의 주민이 되지 않고서는 마을의 일반적 상황들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바탕이 없고서는 마을의 미래를 함께 그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에도 민선 6기 들어 시민중심형 능동적 지원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 전주의 공동체 사업인 ‘온두레 공동체사업’이 정착되고 있다.
전주의 한자인 온전할 ‘全’과 따뜻할 ‘溫’ 사람사이를 잇는 ‘ON’의 의미와 옛 공동체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두레’의 합성어인 온두레 공동체 사업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해마다 60개의 마을공동체와 창업공동체가 선정되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고 있다. 행정은 아주 기본적인 틀만을 제시할 뿐 관여하지 않는다. 중간지원조직은 현장에서 거들뿐이다. 덧붙여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달한다. 성북구의 파견활동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시재생-공동체-사회적경제로의 정책연계 틀을 갖춘 국(局)단위의 행정조직이 있다. 전주의 행정조직은 도시재생이 공간을 만들고 판을 깔아준다면 공동체는 그 안의 다양한 컨텐츠들을 구성하고 지원하며,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정책인 것이다. 기존의 잣대로, 인식으로, 쉬운 길로는 절대로 갈 수 없는 정책이다. 행정의 인식전환, 의원들의 가치공유, 현장의 헌신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공동체정책인 것이다.

비록 경험은 많지 않지만 진정성 있게 차근히 시작하는 전주에서 전국의 수많은 ‘소리마을’과 전주의 온두레공동체들이 함께 모이는 행사가 11월1일 열린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꿈꾸며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공동체들의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2016 공동체 한마당'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전주에서는 지난 10월 13, 14일 양일간 행복의경제학 국제회의 행사가 있었는데 주제는 바로 ‘지역의 미래, 지역화’였다. 지역화의 가장 핵심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안에서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과정과 해당 지역민들의 연대와 호혜이고, 이것이 바로 공동체사업이다.
이러한 공동체에 대한 정책방향과 전국 각지의 공동체 사업을 수행하였거나 수행중인 당사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토론과 만남의 장이 바로 '2016 공동체 한마당'이다.

지난해 경주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공동체 관련 대규모 행사로, 지난 5월 행정자치부가 실시한 개최지 공모 심의에서 전주시가 선정된 것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민간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마을 또는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시키기 위하여 효과적인 정부의 지원방안 등에 대해 전국의 전문가, 활동가, 중간지원조직 등 각 주체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이나 캐나다의 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국제포럼을 비롯해서 정책토론회(자립기반 마련 등), 우수 마을공동체 사례 발표, 대학생 아이디어 콘테스트 등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성북구 소리마을엔 ‘길음소리마을센터’라는 지역 커뮤니티 시설이 완공되어 운영중에 있다. ‘소리마을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졌고, 이 조합이 서울시로부터 지하1층 지상 4층의 소리마을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공동체는 이렇게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로 확산되고 확장되고 있다. 전국으로 성북구의 소리마을이 퍼져나갈 것이다. 지속가능성이 배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천은 지역공동체의 힘이다.
11월1일 전주에서 그 힘을 확인할 수 있고, 전국적으로 지역공동체가 확산되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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