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 그 곳에는 사랑과 설렘, 자연이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글을 쓰고 주리가 그림을 그린 시그림책 ‘할머니 집에 가는 길(바우솔)’은 할머니 집에 가다 마주하는 아름다운 사계절과 만나기 전 떨림, 영원한 내편 할머니의 포근한 사랑을 담고 있다.

콘크리트 건물과 다닥다닥 달라붙은 아파트로 가득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름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할머니의 정과 사계절 각각의 아름다움 등 잊고 살지만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을 떠오르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쉽고 단순하지만 마음 속 깊이 여운을 남기는 글귀와 감각적 색채로 구현된다.

할머니를 만나러 갈 생각에 밤잠을 설치며 설레 하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진달래꽃 붉게 붉게 피는 봄, 맴맴 매미 울고 염소와 꾀꼴새가 서로 반기는 여름,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며 손을 흔들고 알밤은 뚝뚝 떨어지는 가을, 하얀 눈이 할머니처럼 온 세상을 하얗게 감싸안는 겨울이 펼쳐진다.

여기에는 나비, 개구리, 허수아비, 두루미 같은 계절별 친구들이 여럿이고 햇살과 바람결, 나뭇잎도 계속 변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게 다다른 곳엔 맨발로 뛰어나와 넉넉하게 안아주는 할머니가 있다. 인자한 웃음, 시큼하고 달곰한 냄새, 정성 가득한 음식은 덤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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