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 년 전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들여다본다.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홍석찬)이 제108회 정기공연으로 27일부터 29일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사회의 기둥들’을 올린다.

‘사회의 기둥들’은 ‘인형의 집’ 등 현대극의 1인자이자 아버지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1828-1906)의 작품으로 극작만 8년이 걸렸을 정도로 공들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2014년에서야 번역 및 상연되면서 숨겨진 시의성과 통찰력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전주에서도 선보이게 된 것.

140여 년 전 노르웨이의 해안가 작은 도시, 선박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베르니크는 시민들에게 높은 도덕성으로 존경 받는 사회의 기둥 같은 존재다. 어느 날 마을에 철도를 부설해 지역사회를 일으키겠다고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뒤로는 철도가 들어서는 주변 토지를 몰래 매입해 이득을 취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저지른 부도덕한 실수로 누명을 쓴 채 미국으로 도망친 처남 요한과 옛 연인이자 부인 베티의 의붓언니가 15년 만에 돌아오자 명예가 실추되고 철도사업이 날아갈까 노심초사한다. 결국 요한이 타려는 배가 수리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출항을 종용하는데.

기둥이 되기 위해 앞에서는 괜찮은 사람인 척 포장하지만 뒤로는 남을 이용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등 두 얼굴로 살아가는 주인공은 권력, 명예, 자본에서의 영향력을 지키고자 어떤 잘못도 마다 않는 오늘날 높은 자들과 다르지 않다.

예약문의는 063-273-1044./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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