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이젠 꽃피우자

황현 전북도의회의장

‘10월 29일’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의 양대 축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다. 1995년 민선자치단체장을 선출하면서 시작된 지방자치는 올해로 21년째이지만 이보다 앞선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됨에 따라 실질적인 지방자치는 25년째다.
지방자치제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관의 문턱이 낮아지고 공급자 중심의 행정 서비스가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는데 기여했다.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도 향상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의 개발과 문화의 발전도 이룩했다. 이러한 발전의 과정에는 도민들의 행정에 대한 참여의식과 함께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 역할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시행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자치의 속성은 자치입법권과 조직 및 재정권이다. 그런데 현실은 지역특성과 다양성을 무시한 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대립형 획일적 자치구조, 기능의 과도한 중앙 집중, 그리고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지방의 일을 결정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법이 지방의 참여 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다.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행정기구와 정원, 사무분담 등 자치단체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정법상 특별시와 광역시·도의 실·국 단위 이상의 기구는 법령에 의해 중앙정부가 결정토록 못 박았다. 최근 정부가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의 3·4급 실·국 설치 등을 중점과제에 포함한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시행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

자치 재정권 역시 국가와 지방의 지출규모는 4대 6인 데 반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기초연금 등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사회복지비 지출이 급속하게 늘고 있어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 자치입법권은 중앙정부가 법령을 통해 대부분의 권한을 중앙정부의 것으로 규정해 지방정부의 권한이 제약받고 있다. 또한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조례제정이 극히 제약돼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지방의회는 그 동안 지역주민의 의사와 이익을 파악해 자치행정과 정책에 반영시키는데 기여했다. 지역개발에 필요한 사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정책을 구상해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지방자치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지방자치가 없는 시대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방자치는 정치체계를 넘어 우리 삶의 방식으로 정착 되었고 다양하게 체감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이후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복잡 다양해졌으며 행정의 전문성은 날로 증가했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에게 주어진 권한이나 제도적 뒷받침은 게걸음이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행정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행정서비스 개선 등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집행기관은 의회를 적대적인 관계로, 지역주민들은 여론에 떠밀려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방자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몇 지방의원의 부적절한 처신을 전국의 모든 지방의원이 그러는 것인 냥 멍에를 씌우는 것은 지나치다. 성숙한 지방자치 구현을 위해선 법적·제도적 지원과 함께 주민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지방의회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위상이 강화되어야 한다.
인사권독립이랄지 보좌인력 확충, 감시기능 확대강화 등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지방의회와 집행기관 사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충실히 보장돼 주민의 권익이 보호되고 주민복리가 증진돼야 한다.
지방의 자율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중앙재원의 합리적 재배분과 헌법 또는 법률에 인사 및 조직에 관한 자치권의 명문화,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자치사무의 확대, 기관위임사무 및 단체위임사무의 폐지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지방의회를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잘 가꾸고 활짝 피울 때 주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 지방자치 21년, 지방의회 25년, 진정한 지방자치로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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