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업을 하고도 모자라 이런저런 일들을 소화하는데 나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는 희열 때문일 것이다.

시집 ‘암반의 뒤척임’을 펴낸 김대곤도 예외는 아니다. 전북대 의과대학을 졸업 후 전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사진디자인을 전공했고 판화는 수준급이다.

1994년 ‘청년의사’와 199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 도시의 밤안개’ ‘겨울늑대’ 등 꾸준히 시를 써 왔다. 그런 그가 의사도 교수도 사진도 미술도 아닌 문학을 통해서 드러내는 모습은, 말하려는 바는 뭘까.

그것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거나 그것에 순응하며 만족하는 농촌 소년에서 시작해 황량한 현대 도시 문명 속 위태롭게 삶을 이어가는 작가 그리고 현대인에 이른다. 서평을 쓴 양병호 시인이 ‘도시와 농촌을 배회하는 방랑자의 비망록’이라는 제목을 붙인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농촌과 문명이 집약된 오늘날 도시를 상반된 시각에서 조명해 도시인들의 불행을 극대화하는 한편 농촌에서의 평화로운 삶이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집비둘기의 슬픈 축출을 고발하는 ‘집비둘기의 축출’과 야생성과 원시성이 소멸된 삭막한 지금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도심 속의 파미르’에서는 도시문명 속 삶이 묻어난다.

‘지상의 빈 공간’에서는 어둠의 그림자와 넉넉한 황금빛 햇살이라는 부정적 의미소와 긍정적인 의미소를 대조시키고 ‘연’에서는 ‘들판과 하늘이 너무 넓어 어지러운 날/우리는 마음대로 까불고 마음대로 춤추고/달리고 넘어지고 웃다가 까무라친다’라며 유년의 삶을 역동적이고 순수한 연 날리기에 빗댄다.

인생의 고독, 직장생활의 애환과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 일상 속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도 아로새겼다.

김대곤 시인은 서문을 통해 “생애 징검다리 하나 건너 뛴 것처럼 마음이 무겁다. 지나온 일들을 반성하는 게 어디 한 둘이겠는가”라며 “내게 주어진 만큼만 심취하며 살아갈 쓰고 그릴 일들이 있어 쓸쓸하지 않겠지만 모든 물상의 생명과 현상을 경외하며 살아야겠다. 그 의미들을 탐구하며”라고 밝혔다.

양병호 시인은 “대표적 특징은 시를 관통하고 있는 슬픔의 정조와 철저하게 몸소 겪은 체험을 질료로 작시한다는 점이다. 슬픔은 은은하고 희미하며 자연스러운 속성을 지녀 감염되도록 만든다. 체험에 깊이 뿌리를 내려 공허하거나 작위적이지 않다”고 평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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