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끝이 없다

전북개발공사 사장 고 재찬

며칠 있으면 수능시험일이다. 1년 아니 10여년을 열심히 공부한 실력을 평가로 표현하는 결과의 도출인 것이다. 그간 노력의 결과를 단 하루의 시험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모두들 좋은 성적으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여 마음껏 꿈을 펼쳐 이 나라의 내일을 이끌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를 넘고 있어 OECD 평균 61%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면 외국의 대학 진학률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EU에서 버팀목이 될 만큼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42%이며 미국 75%, 일본52%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학졸업자 44만 명중 51%만 취업하였고 이중 37%는 비정규직이며 정규직 중 21%가 월 소득이 150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대학을 나왔지만 제대로 대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직장 새내기는 모든 것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모들은 “나는 못 입고 못 먹어도 자식들은 번듯이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보니 기대 수준이 커지게 되어 중소기업보다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앞서 예로 들은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1학기에 진로를 결정한다. 여기에서 대학을 가기 위한 25% 정도는 인문학교로 진학하여 대학까지 진학하고, 나머지는 실업계로 진학하되 2년의 유예기간을 두어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실업계로 진학하면 실업계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업전선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들은 자기의 직업을 소명, 즉 천직으로 생각하며 즐겁게 일한다고 하는데, 독일 교육은 끊임없이 “너의 인생을 즐기고 있느냐” 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도중에 직업을 바꾸려면 그 분야의 지식을 3년간 공부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 또한 타당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18세가 되면 부모를 떠나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여 자기가 책임을 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지만 만나고 교제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서는 매일 저녁 정장을 하고 만찬에 참여하여 교제, 토론을 일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부는 보편적 지식보다는 대화이며, 자유로운 토론으로 자유로운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귀담아 들어볼 말이다.

유태인은 총 1,700만 여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0.2%정도 임에도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3%, 아이비리그 학생의 30%, 미국 억만장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렇듯 세계를 주도하는 유태인들의 공부는 과연 어떨까?
얼마전 KBS에서 '유태인의 공부'라는 프로가 방영 되고 책으로도 출간되었는데 유태인 가정으로 입양된 한국인 하버드 대학생 릴리의 집을 찾아가 유태인들만의 독특한 교육방식을 소개한 적이 있다. 릴리의 집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저녁을 함께 먹는다고 한다. 이것이 유태인 교육의 첫 번째 원칙이라고 한다. 유대인들의 식탁은 가족 간 교감과 자녀 교육이 시작되는 공간인 것이다. ‘릴리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지적인 호기심이 끊이지 않도록 질문과 대화, 토론을 주고받고 독서와 올바른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결과, 릴리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해 2개의 아이비리그대학에 동시 합격했다. 졸업 후 구글에 입사한 그녀는 아버지 힐 마골린에게 여전히 ‘멋쟁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준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추구하던 것이 때로는 보다 더 나은 방향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진행 되어버린 때가 간혹 있는데 교육의 패턴 또한 그런 게 아닐지 생각해 본다.
공부는 우리가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목적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모든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아무튼 우리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공부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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