馬가 있어야 되는 세상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유광길

요즘 세상이 시끄럽고 불편하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러한 정치이념을 차치하고도, 지금까지 국가를 바라보던 일반적인 시각이 무너지고 있다.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 대한민국은 국격도 사라지고 평등과 정의도 무너졌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모든 국민을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며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에서 국민들의 안정된 삶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운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대통령, 최순실 그리고 그의 가족 및 지인으로 인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역할도 담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괴감을 우리에게 심어주고 있다.   
물론 인간의 삶은 항상 불평등이 존재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태고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계급과 계층이 형성되어 있었고 지배와 종속의 배분에 있어서도 제도화된 사회구조로 인해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주어진 특성에 따라 일정한 지위와 역할이 부여되어 왔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로 발달하고 문명화되기 시작한 근대사회 이래로 이러한 불평등은 제도적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보다 합리적인 사회가 출현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과연 평등한 사회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 역시 명쾌한 정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한 교양수업에서 스포츠와 불평등을 강의하면서 ‘현대사회는 제도적 혹은 명시적으로 평등사회를 주창하지만 묵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평등하지 못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라고 얘기 한 적이 있다. 권력, 돈, 명예 등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는 생활기회 및 양식에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서로 간 격리현상(끼리끼리 어울리는 현상)도 나타난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며 미래의 주역인 대학생의 노력과 올바른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 수업내용의 본질은 비록 우리사회가 암묵적인 불평등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기회의 평등과 합리적 국가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불평등은 극복할 수 있다는 취지였고 나아가 이러한 불평등에 비판만 하지 말고 자신의 노력과 혁신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자는 의도였다. 즉, 돈, 명예, 권력을 가지는 것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며 진취적으로 노력하여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사회의 구조 기능주의 관점을 설명하였다. 성실하게 노력하여 얻은 돈,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사람냄새 풍기며 얻은 권력, 인고에 과정을 거쳐 누구에게나 인정받으며 얻어낸 명예 등은 절대 비판거리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이를 인정하고 축하해주는 그런 아름다운 사회를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최순실 관련 일련의 이러한 사태는 우리에게 권력과 돈을 가진 자는 일반 사람보다 군림할 수 있으며 심지어 편법을 통해 자식을 명문대에 쉽게 보낼 수 있다는 구조적 혹은 표면적인 불평등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져주고 있다. 이제 우리에겐 열심히 노력하고 혁신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매우 기본적인 가치관도 사라졌으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진학과 성공을 할 수 있다는 학생들의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포부도 그 방향을 잃고 있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고 馬가 있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얘기한 그 여인의 딸을 보면서, 나는 이제 학생들에게 우리사회는 암묵적인 불평등은 존재하지만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필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이 수업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