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로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라면서 때로 ‘인과응보’라며 원인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한다. 뭐가 맞고 틀린 건지 알 수 없지만 운명 혹은 인과관계 혹은 둘 다로 인해 결정된 것들을 감당하는 게 인생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 김동수는 여덟 번째 시집 ‘그림자 산책(미당문학사)’를 통해 그 길 속 산책자와 그림자로 나선다. 45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니 스스로가 우주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잠시 지나가는 과객이요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서다. 자신을 알고 싶은 욕망은 세계에의 몰두로 이어졌다.

먼저 산책자로 나서는데 거대하고 위대한 곳을 증명코자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작품 <허공의 벽>에서는 ‘허공의 벽을 밀어올리고 있다/두려움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살아 있음이 벽이고 허공이다’라며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대답하지 않는 세상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잠잠히 거닐던 중 형태는 사라졌지만 실상은 사라지지 않은 것들을 마주하고선 이를 그림자로 구현한다. 실체는 아니나 헛되지 않은, 있음과 없음의 경계 자체이자 그것을 넘나드는 특성을 활용했다.

‘사라지는 것들의/뒤에 누가 살아//나에게/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사라지는 것들>’나 ‘서로 들여다보고 있다//…우리는 누군가의 그림/그리고 그림자//<그림자 산책>에서 엿볼 수 있다. 모두 64편에는 산책자가 만들고 그림자가 선언한 시인의 삶이 고스란하다.

남원 출생으로 1981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다수의 시집과 평론집을 펴냈다. 현재 백제예대 명예교수이자 <온글문학> <미당문학> 발행인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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