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교수<전주비전대학교 자동차학부>
11월이 지나면서 어느덧 황금들판은 수확의 기쁨들이 지나간 흔적들로 가득하다.
온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벼베기 일손을 돕던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이고, 지금은 콤바인(벼 베는 농기계)을 이용하여 몇 안되는 농민들이 금방 수확을 끝내버린다.
예로부터 우리 전북은 김제, 만경, 옥구 등 넓은 평야를 보유하고, 부안 계화 등의 간척사업을 통해 국내 쌀 농업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산업화시대가 열리면서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던 좋은 농경환경이 오히려 타 시도에 비해 산업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원망아닌 원망도 받아왔다. 이런 국내 산업 변화 뿐만 아니라 해외 농산물과도 경쟁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소위 우루과이 라운드에 의해 쌀 시장이 개방되고, 2000년대에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값싼 과일, 채소 등이 밀물 듯이 들어오면서 전북 뿐 아니라 국내 농업 경쟁력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러다 국민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건강을 중시하는 이른바 웰빙 열풍으로 일면서 우리 토종 농산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랜 비행 스트레스를 받은 외국 과일들이나 탈 많은 중국산 농산물이 아닌 우리 몸에는 역시 우리 것이 맞는다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농업은 산업적으로도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농업이 6차산업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6차산업이란 1차산업의 농?임?수산업, 2차의 가공?제조업, 3차의 서비스업이 서로 복합되어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하고, 각종 체험프로그램 등의 서비스업으로 확대되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을 말한다. 이와 발맞춰 전북도는 민선6기를 맞아 삼정농락 정책으로 농업을 핵심산업 중 하나로 앞세우고, 전북혁신도시에 농업진흥청 등 농업 관련 공공기관의 이전과 맞물리면서 다시 전북의 중요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전라북도가 농생명 SW(소프트웨어) 융합클러스터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생명산업과 SW산업의 융합을 통해서 다양한 성과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가고 있다.
그러면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은 농업과 SW와의 융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들은 각종 시설원예에 IT SW 기반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최적의 농장환경을 만들어주고, 가축 축사의 환기나 환경감지기술 등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드론을 이용하여 씨앗을 뿌리는 파종, 농약이나 약제를 살포하는 방제작업, 그리고 드론에 장착한 카메라를 이용한 작물 상태 모니터링 기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 서두에 언급한 농기계쪽은 어떠할까?
IT SW기술과 농기계가 만나면 더욱 안전하고 지능적인 작업이 가능한 스마트 농기계는 물론 나아가 무인 농기계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현재 우리 농기계의 현실은 IT SW기술이 융합된 최신 자동차와 견주면 아직 걸음마 수준라고 할 수 있다. 전자제어 엔진과 첨단 섀시시스템은 물론이고, 센서를 활용한 고장진단 기능이나 운전자나 작업자의 안전기술 적용도 아직은 미진하다. 다행히 일부 도내 부품회사들이 IT SW융합 기술개발사업 등으로 농기계와 접목이 가능한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한 예로 ㈜아이티스테이션(팔복동 소재, 이장규 대표)은 자체 보유한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처리기술을 농기계에 접목하여 실시간 고장진단과 농경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이를 통해 농기계 작업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빠른 정비 조치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농기계도 IT SW기술과 만남을 통해 더욱 첨단화되고 진보할 것이다. 농생명을 부흥하고자 하는 전북도에서는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작년에 문을 연 SW융합클러스터 전북센터를 중심으로 전북에 위치한 LS엠트론, 동양물산기업의 농기계 완성차에서 부품업체와 손잡고 제품 개발 적용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학은 우수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기관은 각종 장비 지원과 기술개발에 협력하고, 무엇보다 시군도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중장기적인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멀지않은 미래에 자랑스런 메이드 인 전북 마크가 새겨진 첨단 스마트 농기계가 전세계를 누비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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