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분노하라 그리고 학습하라
직관과 분석 대표 정석우

 며칠 전 수능을 끝마친, 우리 고3 학생들은 시험대비로 누적된 피로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그들로 하여금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기 힘든 상황을 연출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더, 대학이라는 학문탐구의 장으로 나아가기도 전에 부조리와 반칙이 판치는 사회를 대면하는 것이 그들에겐 더욱 힘든 일이었을지 모른다. 어찌 고3 학생들뿐이겠는가, 정의로운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을 거라 믿으며 최선을 다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느낄 분노와 허탈감 또한 클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런 미안함 속에서도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냉정하게 분노하라 그리고 학습하라.”는 것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목격한 이들은 그것에 분노하고 바꾸려 노력한다. 이들에 의해 사회는 급격히 혹은 천천히 변화해 간다. 그 변화의 속도야 시대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변화하지 않는 사회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변화를 인지하고 그것의 요구에 부응하며 산다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본능적 능력이라기보다는 학습을 통해 축적하는 후천적 능력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안다는 것은 우리에게 분노할 이유를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주는 것이고, 흐림이 없는 맑은 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학습이 가져다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계속되는 대규모 촛불 집회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냉정하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터득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벌어지는 과격한 시위들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 우리 대한민국에서 목격되는 것이다. 얼마나 세련되고 멋진 방식의 분노의 표출이란 말인가. 우리는 4.19와 광주 민주화운동, 87년 6월 항쟁의 역사로부터 많은 것을 이루고 배워온 국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법륜 스님이 이런 법문을 했다. “최순실씨는 공덕이 매우 큰 사람이다”면서 의아해 하는 청중들에게 여러 이유를 열거하였다. 그 중에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이 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그의 공덕이 크다.”라는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스님의 법문에 들어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말이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올 것이고 의식이 변할 것이지만 특히 교육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과 바른 가치관의 부재가 가져오는 폐해를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의견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습성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바른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움츠리게 하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더불어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배우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어떤 학생이 강의실에 있는 거미 한 마리를 종이컵에 가둔 뒤 창밖으로 조심스레 놓아주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답은 참 간단했다. “엄마가 벌레도 죽을 때 얼마나 아프겠냐고 하셨어요.” 거미 한 마리의 생명도 소중히 다루는 아이가 커서 어떤 집단의 리더가 된다면,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생각했다. 누군가 힘겨워 하고 심지어는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외면하는 리더가 아니라 말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좀 더 바람직한 사회상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은 최적의 시점이다. 반칙보다는 정정당당함이, 거짓보다는 진실이, 악행보다는 선행이 그리고 남을 짓밟는 것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더 잘 사는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잘못된 것에 분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냉정함을 잃지 않고 논리와 객관성을 무기로 비판해 가는 것이 옳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건강한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보고 배울 기회의 장을 열어줘야 하는 때이다.

 학습은 밥상머리에서 대학의 강의실까지 어디서나 이뤄진다. 세상이 변하고 있고 열린 정보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비판적 사고능력과 바른 가치관을 가질 때에 변화는 발전적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정보는 정당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우리가 힘써야 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워가고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며, 젊은이들이 그러한 학습의 장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 사회야말로 자정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발전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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