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한교원은 2014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데 이어 대표팀에 선발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분홍빛 나날은 금방 끝났다. 이듬해 친정팀 인천과 경기에서 '보복 폭력 사태'로 퇴장당한 뒤 추락했다.
2015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고, 올 시즌에도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벤치 신세를 졌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한교원은 "팬들과 주변 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하며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전북의 선수층은 나날이 두꺼워졌고, 주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엔 로페즈가 펄펄 날아다녔다.
그러나 한교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준비하지 않는 선수는 죽은 선수'라는 좌우명을 가슴속에 새기고 훈련했다"라며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한교원의 말처럼 기회는 갑자기 찾아왔다.
2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 알아인과 경기에서 전반 1분 만에 로페즈가 왼쪽 다리 인대를 다치면서 급하게 출전 지시를 받았다.
올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던 한교원이 전북 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에 출전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는 기적처럼 골을 만들었다. 이재성의 날카로운 왼발 코너킥을 골문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슈팅으로 선취골을 기록했다.
전북은 한교원의 선취 득점을 잘 지켜 1-1 무승부를 기록했고, 결승 전적 1승 1무로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만난 한교원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들었지만,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미스러운 일 이후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주변 분들께 죄송스런 마음이 컸는데, 오늘 경기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렸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던 시간이 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주전 경쟁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라면서 "경기에 뛰지 못하는 후배들과 훈련을 함께했는데, 얻은 것이 많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팀에는 경기를 뛰는 선수보다 뒤에서 묵묵히 희생하는 선수들이 더 많더라. 좋은 성적 뒤엔 희생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교원은 로페즈의 부상 이탈로 다음 달 열리는 클럽 월드컵에 주전 측면 공격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책임감을 느끼고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