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K리그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우승한 뒤 감독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선수보강"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 계획을 묻는 말에 "우승한 뒤 다음 해에 또 우승하는 것은 3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어떤 선수를 데려오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바르셀로나의) 수아레스"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는 "우승한 뒤엔 선수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힘든데 6~7명 정도 선수를 데려와야 이동국이나 이재성도 긴장해서 머리털이 곤두서게 된다"며 "그러나 K리그엔 이동국의 머리털을 서게 하는 선수가 없다. 그래서 수아레스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 팀 운영 계획을 알려달라.

▲우승한 뒤 첫 번째로 감독이 해야 할 일은 선수보강이다. 우승하고 나면 다음 해에 우승하는 것이 3배 힘들다.

--어떤 선수를 데려오고 싶나.

▲내년에 우승하려면 (바르셀로나의) 수아레스를 사줘야 한다. 원래는 메시와 드로그바였는데 메시는 재계약을 했고. 드로그바는 나이가 들었으니까.

사실 우승하면 6~7명 정도 선수를 데려와야 이동국이나 이재성도 긴장해서 머리털이 곤두선다. 그런데 K리그에 그렇게 머리털을 곤두세울 선수가 없다. 그래서 수아레스 이름을 꺼낸 것이다.

--베트남 마케팅 차원에서 모기업이 인천의 쯔엉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베트남이나 중국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한다. 다만 쯔엉은 아니다. 중국 선수도 데려오면 좋은데 선수가 없다. 가오린이 상하이에서 뛸 때 데려오려고 했는데 안됐다.

--올해 의지가 많이 된 선수는 누구인가.

▲올 시즌 신의 한 수는 어느 한 선수가 월등하게 잘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 선수만 꼽기는 힘들다. 다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절대적인 공헌자는 레오나르도다. 멜버른전에 3골을 혼자 넣었다.

레오나르도가 올해 만개했다. 브라질 출신은 수비 가담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성실하다. 사실 레오나르도는 19세 때 세계 100대 유망주에 들어간 선수다. 처음에 그리스에 진출한 뒤 빅리그로 진출하려 했지만 마침 그리스 경제가 무너지면서 전북이 데려올 수 있었다. 내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한 뒤 전북에 돌아와 처음 레오나드로를 봤을 때는 좀 이기적인 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 레오나르도를 데려가고 싶다는 오퍼는 계속 있다. 내가 판다 안 판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레오나르도는 돈 차이가 크게 없으면 전북에 있고 싶어한다.

--이재성이 외국에서 오퍼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보내야지. 이재성 같은 선수는 30여 년간 처음 봤다. 팀에 오자마자 정규리그 우승, 그다음 해도 정규리그 우승, 3년 차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다. 그리고 그 중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 그런 행운 있는 선수는 처음 봤다. 공격력, 수비력, 멘탈까지 다 갖췄다. 유럽리그에서 뛸만한 피지컬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재성이는 영리하기 때문에 유럽에서도 괜찮을 것이다.

--전북에서 언제까지 일하고 싶나.

▲봉동에 황토집 짓고 뼈를 묻으려고 했는데, 올해 (심판 매수) 사건이 터져서 뼈를 안 묻으려고 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왔다. 인생공부를 했다.

--감독으로서 아시아 올해의 감독상도 받았다. 전북에서 무엇을 더 이루고 싶나.

▲냉정이 이야기하자면 더 이루고 싶은 것은 없다. 내년에는 행복한 친구, 즐겁고 행복한 축구를 하려고 한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1년 유예 기간을 벌었으니까.

--본인 축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홈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 홈에서는 공격적이어야 한다. 템포도 빨라야 한다. 백패스도 안된다. 팬들이 즐거운 축구, 지루해하지 않는 축구다. 팬들이 전북 축구를 보면 행복해지고 뜨거워지는 축구가 목표다.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처럼 축구의 질을 높이는 것은 그다음 이야기다.

--다른 팀들도 공격적인 축구를 하려고 해도 사실 쉽지가 않다. 수원FC도 지난 시즌 막공을 하겠다고 했는데 잘 안되지 않았나.

▲그래도 수원FC는 자기 색깔을 냈다고 봐야지. 그런데 감독이 성적에 쫓기니까 시즌 중반에는 선수들을 내리더라. 예전에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어떻게 하면 공격축구를 할 수 있느냐고 묻길래 모든 감독과 10년씩 계약해주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 닥공도 하고 막공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목이 위험하면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10년간 전북에서 장수한 비결은.

▲후배 감독들에게 소신껏 하라고 조언한다. 정치적인 감독이 돼서 구단에 잘 보이면 1년은 더 일할 수 있다. 그러나 고작 1년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사표를 써놓고 일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처음 부임했을 때 다 내려놨다. 사실 당시 팀이 심각했다. 선수들이 구단에 대한 애정도 없고, 훈련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1승6패를 했다. 나도 사표 던지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엉망인 팀을 팀답게 만들기 위해 내가 온 거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 정규리그를 포기하고 FA컵에 전념해서 우승했다. 이후 최철순과 권순태를 데려오는 등 미친 듯이 선수보강을 했다.

지금은 정말 전북이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유럽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팬들이 "감독님, 시즌이 끝났는데 이제 우리 어떻게 살아요"라고 하소연을 한다. 유럽 팬들 같다. 80대 할머니도 나를 알아본다. 축구에 관심이 없던 분들도 축구 이야기를 한다. 나한테는 정말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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