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살이 구분
온영두(전북동화중학교장, 전북교총회장)
  가끔 한적한 시간이 나면 살아온 발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인생은 무엇인가?,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어떤 삶이 되어야 할까?,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이대로 산다면 과연 삶의 의미는 있는 걸까?, 내가 못한 일은 무엇이고 더 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인가? 등등입니다. 자신에 대한 계획이나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생 삶의 과정이나 가치, 의미에 대하여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내 인생관과 사회관, 세계관이 어떤지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나름의 철학이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쫓겨 정신없이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현재의 나이가 된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되짚어보면 무엇을 하며, 무엇을 위해, 무슨 보람으로 살아 왔는지를 생각하는데 대부분 자신감보다는 후회가 많습니다.
  인생에는 단계가 있다고 합니다. 주어진 나이나 시기에 기본적으로 그 단계에 맞는 일들이 있습니다. 나이에 맞게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훗날 보람과 만족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꼬임과 장애가 많음을 삶의 경험에서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단계에 맞게 할 일을 찾고 그것을 깨달아 보람과 가치로 승화시켜 살아간다는 것은 그래서 어렵습니다. 그동안 최소한 삶의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유교 경전만 보아도 선인(先人)들의 많은 제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선인들이 체험한 나이별 정의를 어떻게 내렸는지를 살펴봅니다.
  74세로 세상을 하직한 공자(孔子)는 30대는 입지(立志)요, 40대는 불혹(不惑), 50대는 지천명(知天命), 60대는 이순(耳順), 70대는 종심소욕불유거(從心所欲不踰距마음먹은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음), 77세 희수(喜壽), 80세 산수(傘壽), 88세 미수(米壽), 99세 백수(白壽, 百에서 일(一)을 뺀 숫자)라고 말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20대는 학습의 시기, 30대는 실패의 시기, 40대는 실행의 시기, 60대는 수확의 시기, 70대는 석태(石胎 대리석처럼 굳고 묵직함)의 시기라 했습니다.
  또 혹자는 20대를 정신적 방황의 시기, 30대는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용감히 도전을 해야 하는 시기, 40代는 석탑(石塔)과 같은 축적의 시기라 하였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30代는 지출이 많은 시기, 40代까지는 생활기반을 정착시켜야 할 시기, 50代는 노후문제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결혼생활에 있어서는 20대는 사랑으로, 30대는 노력으로, 40대는 인내로, 50대는 체념으로, 60, 70대는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에 따라 호칭도 달라집니다. 10대는 계집아이, 20대는 여자, 30∼40대는 여인, 50대는 여사, 60대는 노파, 70대는 귀부인이라 부릅니다.
  이렇듯 인간살이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것인지는 다양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젊을수록 ‘준비’를, 중년일 때는 ‘행동’을, 노년일수록 ‘안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타인과의 비교하기를 잘합니다. 남과의 비교에서 남이 보기에 행복해 보이고 나도 행복한 인생인지, 남이 보기엔 행복해 보이나 나는 불행한 인생인지, 남이 보기엔 불행해 보이나 나는 행복한 인생인지, 남이 보기에 불행해 보이고 나도 불행한 인생인지를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과연 나의 위치나 생각은 어떠한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생은 내가 지어서 내가 스스로 받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입니다. 해서 이 말을 저는 진리라 여깁니다. 뿌림은 피와 눈물과 땀과 같이 응결(凝結)되어야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요. 암튼 나이에 걸 맞는 삶의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인생 삶의 가치나 의미가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여 보람 있는 할 일들을 챙겨 가셨음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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