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지 전주시의회의장

 오래된 이야기다. 2005년도 MBC방송에 시각장애인을 돕는‘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원종건이라는 아이가 나왔다. 여동생은 스웨덴으로 입양가고, 아버지는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으며, 하나뿐인 어머니는 헬렌켈러처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중복장애인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밝고 씩씩했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어려운 집안을 걱정하는 야무진 아이이기도 했다. 방송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각막수술이 시행되었다. 세상의 빛을 보게 되자마자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우리도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두 모자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이 흘러 이 아이는‘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꿈인 스물 세 살의 청년이 되었다. 그가 성년이 된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장기기증 서약이었고 헌혈에도 적극 참여해 헌혈은장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해외봉사단으로서 지구 반대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봉사를 하는 등 꾸준한 나눔을 실천하며‘2015년 삼성행복대상’까지 수상하였다. 또한 여전히 몸이 불편한 원종건의 어머니는 공병을 줍고 폐품을 팔아 그 돈을 꼬박꼬박 기부해왔다고 하니, 사회로부터 받은 조건 없는 사랑을 더 크고 따뜻하게 나누고 있는 셈이다. 그는 현재 장애인들의 인권보호와 인식개선을 위해 스토리펀딩을 운영하고 청소년을 위한 강연을 펼치는 등 사회와의 건강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두를 길게 꺼낸 것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할 모범적인 나눔의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결코 보답받기 위해서는 아니다. 거꾸로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갚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나눈 작은 사랑이 사회를 밝게 하는 희망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무엇보다 받았던 사랑을 잊지 않고, 더 어려운 약자를 찾아 도우려는 그 선량한 마음이 아름답다.
 최근 자선단체나 구호단체가 많아져 마음만 있다면 나눔을 실천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국내 혹은 세계의 아이들과 1:1 양육을 맺어 수년간 지원을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나눔을 실천하는 근간에, 보답이나 대가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도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그 작은 사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흘러 사회 곳곳을 따뜻하게 밝혀주기를 소망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작은 수로 하나도 물꼬가 트여야 흐르고, 펌프에서 물을 퍼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우리가 나누는 작은 사랑이 물꼬가 되어 흐르고, 마중물이 되어 몇 배의 희망으로 되돌아올 것을 생각한다면, 보답까지는 아니어도 우리의 마음이 충분히 흐뭇하고 기쁘리라.
 어수선하고 찬바람 몰아치는 시국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힘은 거창한 정책이나 정치적 패러다임이 아니라 바로 우리 국민들 속에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서로를 돕고 사랑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 몫이다. 날이 추워질수록 더 어려워지는‘누군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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