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간질환의 예방 및 치료

평균적으로 노인의 간 기능은 젊은이에 비해 약 50% 정도다. 노화에 따른 면역력 및 기능 저하는 물론 오랜 세월 음주와 피로, 환경적 요인 등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한 결과다.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간암 사망자는 노년층에 접어드는 50~60대에 집중되어 있다.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노년층
간이 손상돼 생기는 간질환은 경과에 따라 크게 진행이 빠르고 빨리 종결되는 ‘급성’과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이나 독성 간염과 같은 급성 간질환은 심한 피로감, 식욕 저하, 황달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급성 간질환은 비교적 빨리 발견하고 치료되어 대개 단시간에 회복하지만, 드물게는 간 기능의 급격한 악화로 급성 간부전이 진행되면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노년층은 급성 간질환보다 만성 간질환을 앓는 경우가 더 많은데, 간염이나 지방간 등 상당수 간질환이 대부분 증상이 없어 병의 진행이 완만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이 되면 간세포 노화로 인해 세포의 섬유화나 간동맥 경화 등에 노출되기 쉽고, 혈액순환이 저하되는 등 대사가 감소하면서 간 기능 저하가 동반되기 십상이다.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간염 중 만성 간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B형과 C형 간염이다. 현재 노인들의 경우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예방접종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해 더더욱 간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우선 B형 간염은 감암 원인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간경화나 간암과 같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B형 간염은 주로 혈액이나 체액, 감염된 사람과의 성적 접촉, 주사기 바늘의 공동 사용 등을 통해 감염되며,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되면 만성 B형 간염으로 분류된다.
C형 간염의 경우도 주로 환자의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C형 간염은 급성 감염 후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70~80%나 되고, 이중 20~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간암에 걸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150배나 높다. 게다가 B형 간염과 달리 예방백신도 개발되지 않는 데다 필수 건강검진에도 포함되지 않아 예방에 어려움이 많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형 간염 환자의 65%가 자신이 C형 간염 환자인지 모르고 있다. 간염 예방을 위해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도한 음주와 서구화된 식생활이 문제
C형 간염과 함께 최근 중요하게 부각되는 간질환은 단연 지방간이다. 지방이 간 중량의 5~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지방간이라고 하는데,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간 때문에 진료를 받은 인원은 매년 40여만 명에 이르며, 40~50대 환자 다음으로 60대 환자가 많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 6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의 90% 이상에서 발생한다. 다행히 4~6주간 금주하면 회복되는데, 음주를 지속하면 20~40%는 간의 섬유화가 생기고 8~2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소량을 마실 뿐인데도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병으로, 영양 섭취 과도로 일한 질환이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건강식품 오남용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신체대사가 젊은 층보다 떨어지는 노년층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역시 잘 관리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으로 진행돼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
바이러스성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 B형 간염은 1999년부터 항바이러스제가 쓰이면서 치료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되었고, C형 간염의 경우 최근 나온 치료제가 완치율이 90%에 달한다.
하지만 지방간에 대한 특정한 약물 치료는 없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량 증가, 체중 감소와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다. 적절한 체중 감량과 운동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간장 보호제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 주는 약물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몸에 필요한 비타민이나 미네랄 성분 등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의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경우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전북지부 최영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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