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이라는 자기 삶에 대한 솔직한 서술이다. 회고록이나 회상록, 고백록 그리고 자전적 소설까지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 장르는 서양에

서는 일반적이나 동양에서는 그리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웬만한 유명 인사들은 거의 자서전을 쓴다. 이 책이 나오

면 독자층도 두텁다. 한국에서는 자서전은 좀 낯설다. 물론 정치인이나 재벌 등이 자기 자랑 겸해서 책을 많이 내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서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질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삶

의 수단이나 목표가 비열하고 저급하면 그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없으며 자존심을 유지할 수 없다.”
  모두들 한 번 쯤은 들어봤음직한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 중 한 대목이다. 그는 채식주의자이자 검소한 시골생활 그리고 이타적 삶으로 유명하

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교수까지 지냈지만 반전운동으로 지위를 잃은 뒤 공동체적 삶을 추구했다. 소란스런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생활하며 자서전을 집필했다. 그 인용 구절에서 보듯 그의 삶은 꼿꼿하면서도 푸근했다. 자서전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역사적 가치와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서전을 쓰고 싶은 본능이 있다고 한다. 누구에겐가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자 하는 욕망이 꿈

틀거린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이 되면 자기 삶을 통합하고 마무리하는 시기여서 책을 쓰려는 의욕이 솟게 마련이다. 지난 삶을 음미하는 한편으

로 남은 생애에 의미를 부여하는 뜻이 있다.
  요즘 전국 곳곳서 자서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도서관이 등이 나서서 평범한 노인들에게 자서전 쓰기를 장려하고 있다. 공주시

는 얼마 전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되다’라는 주제로 어르신 자서전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한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만들어 자손과 후세들에게

삶의 지혜를 물려주자는 취지다. 그 외에도 광주시 서구, 당진시 등 여러 곳에서 비슷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늘날 생존해 있는 노인들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쟁, 개발연대 등을 몸으로 이겨냈다. 그들의 경험은

큰 가치와 교훈을 담고 있다. 명사들의 과대포장과 미화로 가득한 자서전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게다가 자서전을 쓰는 본인에게도 좋

은 효과가 있다. 지난 삶을 돌아다보고 반추하다 보면 남은 삶의 시간들이 한층 값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서전을 쓰

고 또 읽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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