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공황을 이겨낸 뉴딜 정책은 케인즈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케인즈는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 모든 것을 시장 자율에 맡긴 것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케인즈는 시장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재량껏 재정이나 금융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이를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루스벨트가 전폭 받아들인 게 바로 뉴딜정책이다.
  대공황은 1929년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 사태로부터 발발해 거의 10여 년 간 지속된 경기침체다. 상점에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정작 대중들은 춥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야 하는 비극이었다. 과잉생산과 대량 실업이 주된 현상이었다. 재고급증과 그에 따른 물가하락, 생산축소, 대량 해고가 연쇄적으로 나타났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위기 국면에서 과감한 재정정책을 시행했다. 재정지출을 늘려 공공 토목공사는 물론 복지 서비스와 일자리 제공에 힘을 쏟았다. 물론 농업 생산을 조절하고 보조금을 주는 등 다른 조치들도 병행했다. 이런 확장적 재정정책이 먹혀들어 결국 대공황은 이내 끝났다.
  이처럼 정부가 정책을 세워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앞서 케인즈의 주장이 큰 작용을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자유방임이 정부의 할 일이었다. 그저 정부는 시장 감시자 역할 정도만 하면 됐다. 그 단적인 법칙이 바로 세이의 법칙이다. 세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 한다’는 명제를 내세워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케인즈 이후 정부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구사해 경기를 조절하고 물가 안정 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경기 침체를 두고 재정정책을 맡은 정부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며칠 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즉 내년도 정부 예산이 ‘완화적이지 않다’고 꼬집은 것이다. 총지출 증가율이 0.5%에 그치는 데 대한 지적이다. 그는 “요란한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돈을 더 풀라는 주문이다.
  경제를 운용하는 데는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쌍두마차를 이룬다. 어느 한편만으로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그런데 중앙은행인 한은은 경제 안정 즉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부와 한은은 핑퐁게임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가라앉아 있을 때는 더 큰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을 검토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적절한 대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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