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팔자 물팔자

산이라면 넘어주마 강이라면 건너주마
인생의 가는 길은 산길이냐 물길이냐
손금에 쓰인 글자 풀지 못할 내 운명
인심이나 쓰다가자 사는대로 살아보자

얼라며는 얼어주마 녹으라면 녹아주마
인생의 가는 길은 봄철이냐 겨울철이냐
그 님도 참사랑도 믿지 못할 세상에
속는대로 속아보자 이럭저럭 지내보자

달을보면 웃어주마 별을보면 울어주마
십년을 하루같이 기다리는 이내사랑
큰세상 서러움에 왔다가는 나그네
한백년 멀다말고 님을 잊고 살아보자

 1960년대 가수 ‘백남송’ 뽕짝시리즈 1집 17트랙에 걸려있는 노래 “산팔자 물팔자“다. 2017 정유년(丁酉年)을 앞에 두고 2016 병신년(丙申年)을 돌이켜 보노라면 말도많고 탈도많은, 별의별일, 다사다난의 한 해였다. 특히 예술문화는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진 형국이다. 옛시절 노래 ”산팔자 물팔자“ 가사 어절어절이 이 시대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1절, 손금에 쓰인 글자 풀지 못할 내 운명 - 영원한 흙수저
 2절, 그님도 참사랑도 믿지 못할 세상에 - 나라 임금님 믿지 못하고
 3절 끝 가사, 님을 잊고 살아보자 - 나랏님 없는 세상
이렇게 가슴에 절절하게 와닿는다. 세상이 뒤숭숭하니 예술판이 혼미하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AI를 불러온 철새처럼, 시류에 몸을 태우는 잘못된 정치인처럼, 몹쓸 예술인들 몇몇도 배를 갈아탄다. 자존심을 생명줄로 여기며 살아가야 할 예인이 작가정신을 토막내고 말이다. 우리 사는 동네는 어른 부재인가? 보고 배워온 가르침이 바로 서 있으면 그러지 않을 터인데..... 부재인가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한두가지 기록해두고 갈 내용이 있다. 지난번에도 모 일간지를 통해서 인식시킨 전라예술제의 성격이다. 예술제는 축제가 아니다. 작품발표회다. 예술은 다수의 관객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소수일지라도 예술가의 영혼을 사랑하는 자들과 삶을 같이한다. 전북예총은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전문예술인 단체다. 또 다른 한가지 관객이 인식할 점은 유료공연은 반드시 티켓을 구매해서 관람해야 할 일이고, 소장하고 싶은 작품은 구매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 배우 그 작가는 작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간다. 전북예총 일만여회원 대부분은 그렇살아가는 10개 분야 전업 예술인들의 집단체다. 예술인복지법시행령이 2016년 5월 4일 내려졌다. 긴 시간을 기다려왔고 앞으로 예술인 모두가 체감하려면 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듯싶다.
 해가 바뀌어가도 편한 날 없이 신물나게 지져댈 최순실과 언론매체, 온 국민이 그로기 상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대형 사건들의 연속 그 와중에 비명조차 못 지르고 죽어가는 예술인들의 삶, 끝이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전북 예술인들은 정유년 외치는 닭소리와 함께 앞일을 스케치 해나갈 일이다.
 기린봉, 중바위 딛고 일어서는 햇님, 미륵산 기슭을 타고 내려오는 백제의 우아한 둥근 선, 야미도 장자도 사이 걸쳐있는 무지개, 무장현 공덕비 갓머리 끝에 새벽이슬, 금구면 학다리 밑 불미나리 곁으로 개헤엄쳐가는 소금쟁이, 적상산 9부능선 횃불들고 스키타는 애반디, 오수장날 어깨동무 장보러가는 메리, 덕구, 쫑, 유등면 행가리터널에 꼬창 가득하고, 곰소 남서쪽 해안가 덕장에 풀잎처럼 걸려있는 풀치, 대산면 운교리 개울가 이백오십살 팽나무, 산서면 비행기재 너머 검은 염소마을, 성수면 도통리 32-5 돼지막에 걸려있는 꽹맹이, 봉동 마그네다리 대두병속 고무주부, 산외면 우체국옆 칠보약포 활명수.
 밝고 총명한 붉은 닭의 해에 이렇게 전북 14개 시군의 소중한 향기나는 곳곳을 전북예술인들은 노래 할 것이다.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 선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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