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협치'위해 최선 다할 것"

<신년특집: 정세균 국회의장 인터뷰> 김형민 기자l승인2016.12.30l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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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에 국회와 정부 간 협치(協治)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 정세균(66)국회의장은 이 같은 말로 현 탄핵정국의 엄중함을 밝히며, 앞으로 국가 안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정 국회의장은 대표적 개헌론자로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하는 한편,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상황에서 개헌논의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며 곧 국회에 출범하게 될 ‘개헌특위’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관련해서는 “국회가 먼저 특권을 내려놓아 정상화한 뒤 다른 기관으로 움직임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권 포기가 행정부와 사법부로 확산돼야 한다는 주문인 것. 정 국회의장은“국민이 내려놓을 게 많다고 판단했다면 그게 맞는 것”이라며 “특권으로 불리는 것을 내려놓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도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본보는 정유년 (丁酉年)을 맞아, 정 국회의장을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국회집무실에서 만나 탄핵 등으로 꼬인 정국의 해법과 국회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대통령 탄핵정국 속 국회의장의 역할론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다소 혼란스러운 정국을 헤쳐나 갈 복안이나 방안들을 듣고 싶다.

-이번 사태는 소위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자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믿었던 대통령은 이들과 어울려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국가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저렇게 됐으니 국회나 국회의장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민생과 직접 관련된 업무는 대부분 행정부 소관이므로, 실제로 국회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국회가 행정부의 업무를 대신하려 하기 보다는 국회가 해야 하는 입법·예결산·행정부 관리감독 등의 업무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국회가 혼란스러운 정국을 헤쳐 나갈 정공법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어려운 시기에 국회의장으로서 국회와 정부 간 협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한다.

▲의장께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이다. 그동안 지방분권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서면 개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 하셨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구상하고 있는 개헌방향에 대해 듣고 싶다.

-이번 사태로 제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누구나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계실 것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 정치권, 특히 대선주자 간에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은 국가의 백년대계에 관한 논의이다. 이를 날짜를 정해두고 100m 달리기 하듯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헌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 국민적 공감과 정파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개헌은 그 내용뿐만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번 개헌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한 상향적 개헌이어야 한다. 개헌시기 및 내용은 철저히 국민들의 의사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곧 국회에 출범하게 될 ‘개헌특위’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의장께서는 취임 초, ‘국민에 힘이 되는 국회’,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 3가지를 역설하셨다. 그동안의 상황 등을 설명해 주신다면.

-여소야대, 다당제로 시작한 제20대 국회는 과거 국회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한 정치구도에 직면한 국회의장으로서 국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 그 세 가지이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기 위해 국회가 솔선수범하여 특권 내려놓기를 시행하였고, 19대 내내 정쟁의 대상이었던 누리과정을 통과시켰으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신분 안정화를 선도하기 위해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추진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여야합의를 통해 예산안을 법정기한 내에 처리하였으며, 국정농단·헌법유린세력을 단죄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탄핵안을 의결했다. 또한 미래 대한민국을 준비하기 위해, 미래세대 특히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여 추진하고 있으며, 헌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첫 해 법률안 처리실적도 4년 전에 비해 2배가 넘게 증가하는 등 제20대 국회는 첫 정기회를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야간 갈등이 심해지고,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것도 사실이다.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11일 본보 및 국회출입기자단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국회 특권 내려놓기가 새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하셨다. 실제, 국민들에게도 의장 말씀이 많은 공감대를 얻어 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설명해 주실 수 있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외부위원으로만 구성된 의장직속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운영하였으며, 이를 기초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증인신청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특권 내려놓기 법안을 개정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친인척 보좌직원 채용 제한 등 다른 특권 내려놓기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부터 출발점이 될 수 있다.국회가 선도하고,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장 취임 후 의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동안의 활동 상황들은 어떠했나.

-의원외교는 행정부 차원의 외교현안에 국한되지 않고, 각국의 의회지도자 차원에서 현안에 관한 충실한 논의를 통해 양국 의회차원의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의장 취임 이후 2번의 의원외교 순방을 수행했다. 특히 미국순방에서는 최초로 여야 원내대표들과 동행하여, 의회지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안보·경제 분야에 관한 한․미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 핵문제의 해결 및 동북아 평화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등 의원외교의 지평의 넓혔다고 자평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으나,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미, 중, 일 3국 정상과의 외교는 사실상 마비 상태이다. 또한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경제적 상호의존성은 증가하고 있으나 안보적 측면에서는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외교를 보완하기 위해 여야 중진의원들로 구성된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외교단’을 설치하여 활동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각국 의회가 대화와 협력을 시작하여, 정부 간 대화를 촉진시키고 보완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주변국과의 외교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국회가 의회외교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전북도민들의 기대감들이 높다. 지난해 전북 국가 예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셨고, 역시 많은 성과도 얻어냈다. 자연스럽게 의장 임기 이후에도 현실정치에 남아 지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상당한데...구체적 계획들을 갖고 계신지.

-저는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국회의장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여전히 국회의원의 신분을 갖는다. 국회의장으로서, 또한 제20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것 이외에는 아직 별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과 책임이 끝나는 날까지 좌고우면하지 않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신년을 맞아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은...

-지난해 한국사회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북핵사태에 이은 개성공단 전면 폐쇄, 최순실 씨 국정 농단, AI사태까지 혼돈과 절망이 교차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로, 어느 때보다 다양한 정치적 갈등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장으로서 우리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함으로써 올바른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들의 가정에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며, 희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새해를 소망한다. 새해에는 작년과 달리 웃는 일이 많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서울=김형민기자.bvlgari@

<정세균 국회의장이 걸어온 길>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계입문 제안을 받고 'DJ특보'로 정치권에 진출한 6선 의원이다. 1950년생인 정 의장은 진안 출신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정 의장은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까지 지냈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맡으며 행정복합도시특별법·과거사법·사학법 등을 통과시켰으며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입각한 뒤에는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해 '3,000억 달러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산자부 장관을 지내면서 야당 내 범친노무현계로 분류되지만 온건한 성향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대표 재직 시절인 2009년에는 10·28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바 있다.

정 국회의원장 고향인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15~18대 내리 4선을 한 뒤 19대 총선에서 이른바 험지인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새누리당 친박 핵심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공천 과정에서 측근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여권 잠룡인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이후 위상이 한층 높아진 그는 당대표 출마 권유와 대선출마를 권유 받기도 했지만 국회의장직을 맡았다.

▲1950년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다인대학 경영학석사(MBA) ▲경희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총재 특별보좌역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당의장·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민주당 대표 ▲15·16·17·18·19·20대 국회의원(6선)

 


김형민 기자  ja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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