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공사에 전북 건설사는 할일이 없었다

<신년특집: 위기의 전북건설업> 황성조 기자l승인2017.01.01l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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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넘게 건설 일감은 줄고 있고, 지역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은 계속됐다.
그럼에도 건설경기 장기불황과 지역업체들의 일감 부족난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한 번씩 발주되는 대형 국책사업들은 외지업체들 차지이고, 하반기만 되면 지자체들의 조기발주에 따른 발주물량 부족으로 지역업체들이 아우성이다.
연말을 한 번 더 넘겨 올해도 살아남아야 하는 지상 최대의 임무가 지역업체들에게 있는데, 상황은 야속하기만 하다.
전북지역 건설업체들은 대형 국책공사 발주에 지역업체의 참여율을 권장하는 수준으로는 상황반전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가계약 대형 공사일지라도 30% 참여 권장 등보다는 45% 이상 의무로 참여하는 강제성을 부여해줘야 한다는게 지역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회복될 것 같지 않은 건설경기를 감안하면 지금의 목소리가 마지막일수도 있다는게 지역업체들의 입장이다.
경기불황과 맞물린 지역 건설경기 물량 부족 속에서 2017년에는 정치권과 행정, 민간단체들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생존을 위한 수주

지난 연말에도 전북지역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수주 경쟁에 나섰다.
연초 공공공사 조기발주로 인해 연말 일감이 부족해지자 소규모 공사에도 수백개 업체들이 투찰에 나설 정도였다.
고창군 고샘지구 추억의거리 조성사업에는 320개사의 도내 건설업체들이 투찰에 나섰고, 장수(장계) 농어촌임대주택 건설공사에는 도내 90여개 종합건설업체가, 예정금액 1억3,187만원에 불과한 부안 물의거리 경관조명공사에는 도내 종합건설사 대부분인 732개 업체가 투찰에 나서는 등 일감부족 현상이 극심해졌다.
또 12억원 규모의 임실N양념식품 가공센터 건립공사에도 369개 업체가 응찰했고, 6억4,000만원 규모의 남원 허브(농특산물)전시판매장 및 허브체험장 신축공사에도 390개 업체가 몰렸다는 소식이다.
이쯤 되면 단순 수주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경쟁이다.
도내 건설업계는 "또 한 해 생명을 이어가려는 도내 건설업체들이 실낱같은 희망에 모든 공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림의 떡인 대형 토목공사

지난해 11월 전북도가 발주한 황산-금산사IC 지방도확포장공사(1공구)는 예정금액 399억7,100만원 규모의 대형 공사였다.
전국 200여개 업체들이 수주 경쟁에 나섰는데, 충남지역 극동건설이 203억1,330만3,000원을 써내 79.997%의 낙찰률로 1순위에 올랐다.
또 322억7,304만원으로 비슷한 규모의 고창-내장IC 지방도 확포장공사(1공구) 역시 경남지역 삼전건설이 199억7,583만원을 써내 80.006%의 낙찰율로 1순위에 올랐다.
전국 수백개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국가계약 규모의 대형 공사에서 전북 업체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북에 1군 건설사가 없어지고, 다시 새만금지역 등 대형공사는 외지업체가 싹쓸이하면서 도내업체는 10%대의 공동도급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경쟁력 또한 약해져 굵직한 대형공사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나마 지역에서 이뤄지는 새만금 사업에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지난해 11월 3일 입찰공고된 새만금 남북2축 도로 1단계 공사의 공동수급협정서를 보면 전북업체 참여율이 3공구는 0~5%, 4공구 10~18%였다.
지역업체의 30% 이상 참여 의무화 요구를 무시한 새만금개발청은 국가계약법과의 상충을 이유로 도내 건설사들과의 30% 이상 공동수급체 구성을 '권장'하는 수준에서만 공고했다.
이에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는 "새만금특별법에 지역업체를 우대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새만금 공사가 외지업체들의 잔치상이 되도록 개발청이 방치만 하고 있다"면서 "행정과 정치권, 도민이 나서 새만금개발청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대형 사업예산 반영이 반갑지 않은 지역건설업계

상대적으로 행정 예산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전북 건설업계지만, 전북도의 국가예산 6조원 대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새만금 및 SOC사업에 2조원 가까운 예산이 반영됐지만, 이런 대형 공사에 지역업체들의 참여 가능성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새만금 남북도로 364억원,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125억원, 새만금 신항만 건설 364억원 등 올해 역시 굵직한 공사가 발주될 예정이다.
또 국가식품클러스터 117억원, 소스산업화 센터 설립 67억원, 농업실용화재단 이전 신축비 201억원 등 건설 예산이 468건에 1조6964억원이 반영되는 등 최근 일감 부족 때문에 올해 발주 물량은 주목할만 하다.
그런데 지난 2년간 발주된 새만금 내부도로 개설과 농생명용지 조성사업 등에서 지역업체들의 참여비율은 10%대에 불과했다.
도내에서 발주되는 건설 예산이 지역 건설경제 활성화에 직결되는 못하니 전북도의 사업 예산 확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건설업계 모두는 새만금 관련사업의 경우만이라도 새만금특별법 등을 적용해 지역업체 공동도급 의무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건설업계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과실은 외지업체들이 독식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고사 위기의 전북건설을 살려달라"고 하소연한다.

◆지역건설업계 위기는 도민의 위기

전북지역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SOC사업예산이 왜 지역건설업계를 살리지 못할까.
도세가 약한 전북지역임과 동시에 건설경기 하락으로 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면서 적격업체로서의 자격을 얻지 못하다 보니 매번 대형공사 수주 기회를 날리고 있다는게 지역업계의 하소연이다.
그렇다면 지역업체가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그동안 대형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외지업체들이 물량을 독식하는 것을 보면서도 관련 업계나 도민, 정치권 등은 불만의 목소리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상당히 미약한 목소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소리가 컸다면 대형공사의 지역업체 의무 참여율 45% 이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결국, 제도적으로 지역업체를 보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묘수라는 말이다.
도내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행정 등에서 타지 대형건설사들이 지역업체 참여폭을 늘릴 수 있도록 노골적으로 지도하는 등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는 전북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정도로 지역업체를 보호하고 있다"면서 "전북 안방 공사를 외지업체들이 싹쓸이 할수록 지역건설업체 도산율은 높아가고, 자금 역외유출 및 도민들이 외지업체에 각종 불이익을 당하게 될 확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도 개선으로 고사 위기 면해야

결국, 일부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전북건설업계가 고사하는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급박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새만금 개발에서만이라도 지역의무공동도급율을 높여 다시 지역 전문건설업계에 훈풍을 불어주는 낙수효과를 기대하자는 것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11월께 새만금개발이 국책사업인 만큼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한 사업으로 지정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건의했다.
기재부 장관 고시 사업이면 국가기관의 82억원 이상 사업이거나 공기업의 245억 이상 사업일지라도 지역제한 및 지역의무공동도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업체 참여율을 40%(턴키 20%)만이라도 보장하면, 지역업계를 되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대강 사업과 혁신도시 조성 역시 기재부 장관 고시 사업이어서 지역업체의 숨통을 트이게 한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 내 한정된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사업으로 고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북도는 새만금특별법 등을 근거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새만금지역 내 각종 대형공사에 도내업체가 20~50% 정도 참여하도록 발주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이 의지만 있으면 농어촌공사와 같은 참여율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새만금개발청이 발주한 5,200억원대의 새만금 남북2축(3·4공구) 도로공사를 외지업체가 독식했다.
3,431억원 규모의 새만금 남북2축 3공구의 경우 대우건설은 도내 업체를 배제한 채 입찰에 참가하기도 했다.
지역업체와의 공동도급이 권장사항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새만금개발청장 교체 목소리가 나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북도는 "각종 대형사업을 시행할 때 지역업체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가계약법에 명시된 정부 고시 사업으로 새만금개발을 지정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라면서 "이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의 공조를 강화함은 물론, 차기 대통령 공약사업 반영 등을 통해 새만금개발이 기재부 장관 고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내 건설업계도 "행정은 물론, 정치권, 경제계, 도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지역건설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지역건설사들 역시 손쉬운 관급공사에 의존하는 경영 행태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력 등 경쟁력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황성조 기자  food2dr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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