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질부터 부조리한 현실까지 오가는 시인의 메시지는 다름 아닌 ‘사랑’이다.

유인실 시집 <바람은 바람으로 온다>(인간과 문학사)에는 1997년 <문예연구> 겨울호 시, 2015년 <수필과 비평> 9월호 평론으로 등단해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문학박사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문학세계가 오롯하다.

백석 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면서 여성, 소수자, 탈식민성, 환경 문제에 귀 기울이고 전주대에 출강하며 후학들을 양성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 <신은 나에게 시간을 주었다> 같은 시집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이번에는 사후 100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현재인 백석의 시세계를 들여다보며 스스로의 그것이 너무 안일했다고 고백한다. 시 절반은 그런 절망의 다른 이름이고 나머지 절반은 용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세계는 결코 안일하지도, 절망스럽지도 않다. 그답게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잘못된 것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따스한 서정성도 잊지 않는다.

표제시 <바람은 바람으로 온다>에서는 바람을 ‘사실상 잡을 수 없는 존재의 부재’이자 ‘움직일 수 없는 것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자유와 정착이라는 공존할 수 없는 상태 어디쯤에 머무는 인생을 이보다 더 잘 비유할 수 있을까.

<가슴북>에서는 불구적인 교육현실, 언론탄압, 자본과 권력의 탄압에 대해 ‘삼류 싸구려 논객들은/진종일 방송가를 도배하며/그들만의 잔치를 벌이지/뻔뻔하고 당당하게//’라고 표현한다. ‘소통의 문 닫아 걸고/마음만 애써 다독이는/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유죄!<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에서는 삶의 최고 가치는 사랑임을 강조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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