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년7월11일. 이 날은 중국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바로 정화가 이끄는 명나라 대함대가 먼 항해를 떠나는 날이었다. 그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큰 배만 62척에 달했고 거기에 탄 병사는 2만7800여명. 큰 배는 길이 400m, 너비만도 160m에 이르렀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강의 해군력이었다. 이 함대가 향한 곳은 캄보디아를 비롯해 태국, 자바, 수마트라, 실론, 인도 등이었다.

이후 정화 함대는 7차례에 걸쳐 아시아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에 걸쳐 33개국을 거쳤다. 중국은 이 대항해를 통해 자국의 위세를 널리 과시했다. 가는 곳 마다 교역을 텄고 말을 잘 듣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무력시위도 벌였다. 또 이 함대가 지나간 나라 대부분은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중국의 해양 진출은 거기까지였다. 명나라 후기부터 바다를 외면하더니 내륙에서 일어난 청나라는 아예 해금정책 그러니까 바다를 막는 정책을 폈다. 그 탓에 청나라는 19세기 영국과 아편전쟁에서 크게 패했고 이후 해양강국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이런 중국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해양굴기를 외치고 있다. 2013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내외에 선포한 ‘일대일로 정책’이 상징적인 신호다. 일대일로란 대륙과 해양에서 실크로드를 만들어 전 세계를 중국의 경제 무역세력권 안에 두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곳곳에 자국의 무역기지를 건설할뿐더러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해 해군력도 크게 증강하는 중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기지를 만들고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운용하는 것 등은 다 이런 정책의 일환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해저지역에 대한 중국 지명 50건을 국제수로기구에 신청했다. 쉽게 말해 깊은 바다에 자기나라 이름을 붙이겠다는 뜻이다. 이 해역들 가운데는 일본과 아주 근접한 곳도 있어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해양굴기를 내세워 해상뿐 아니라 해저에 대한 권리도 활발히 주장할 태세다. 일본 언론은 중국이 이번 신청을 내면서 관련 당사국과 협의 등 상식적인 절차로 밟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양굴기는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깊다. 이미 이어도를 둘러싸고 한중간 밀고 당기는 갈등이 있었다. 또 국방 면에서도 중국의 해군력 강화는 우리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말대 제국은 모두 해양강국이었다. 영국 탐험가 월터 롤리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부를 지배하고 세계를 지배 한다”고 말했다. 우리로서도 중국의 해양굴기를 마음 편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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