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전주지원장 김진우

최근에 ‘○○페이’, 인터넷전문은행,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드펀딩, P2P대출 등 수년전까지만 해도 용어조차 생소했던 새로운 금융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금융과 IT기술이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와 같이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서비스를 통칭 핀테크(Fin-Tech)라고 한다. 핀테크는 원래 금융회사의 후선업무를 지원하는 IT기술에서 출발하여, 점점 지급결제, 자산관리, 자금중개 분야 등에서 전통적인 금융서비스를 대체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간편결제서비스다. 독자들도 최근 ‘○○페이’라는 결제서비스를 이용해 봤을 것이다.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 후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히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들 말이다.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 성공에 자극받아 국내에도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앞다투어 출현하였다. 편리함을 무기로 한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토대로 지급결제 영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등의 출현이다. 그동안 계좌개설을 위해서는 지점에서 대면 확인 절차를 거쳤어야 하므로 인터넷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은행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본인확인 기술의 발달 및 융합서비스를 통한 경쟁 촉진 필요성에 따라 드디어 올 1월에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하게 되었다. IT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등장과 비용 절감에 따른 금리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파고를 통해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인공지능(AI)이 금융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포트폴리오 자문, 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상의 자산관리서비스인데, 전통적인 자산관리서비스에 비해 수수료와 투자하한액이 낮아 소액 투자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전문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금융회사의 주된 업무가 핀테크로 인해 다양하게 변화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금융기법이 가능케 된 사례다. 어릴 적에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1원씩만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상은 이제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 막강한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어느 정도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인터넷 등을 이용하여 불특정다수(crowd)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출연받아 자금을 조달(funding)하는 기법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지분투자형과 대출형이다. 지분투자형은 기술과 아이디어는 좋으나 기존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는 창업 기업(스타트업)이 대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며, 대출형은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출형은 금융회사의 중개 없이 개인간의 금융이라는 점에서 P2P대출로도 불린다.

이러한 핀테크의 발달이 금융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까? 우선 새로운 금융기법의 출현으로 금융서비스 경쟁 촉진을 예상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면서 메기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금융의 경계가 희미해져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간 시장 주도권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간편결제서비스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도 같이 경쟁하고 있는 것을 보라. 나아가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금융회사가 충족시켜 주지 못한 금융수요를 채워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다양한 서비스의 선택범위 확대, 거래비용 절감 등 고객 효익 증진으로 이어져,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다.

그러나 핀테크의 성장으로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될 수도 있다. 거대 IT기업에 지급결제서비스 등이 집중되면 시장지배력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해킹이나 운영장애 등으로 인해 지급결제시스템의 안정성, 신뢰성이 저하될 우려도 무시할 수 없으며, 금융회사와 비금융 IT기업간의 상이한 규제체계로 시장이 왜곡될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자금수요자 층의 부도위험이 높을 뿐더러, 불순한 세력에 의해 사기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어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금융산업에서 핀테크는 IT기술의 혁신으로 점점 더 발달되고 그 비중도 커질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핀테크를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실효 경쟁이 촉발되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선 기술면에서 경쟁력 있는 IT업체들의 금융업 진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규제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방지장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핵심이라 할 것인데, 업계, 금융당국, 국회 등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금융소비자들도 이러한 핀테크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옥석을 가려나가야 한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서 수년 만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듯이 핀테크가 우리의 금융생활을 변화시키는 데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독자들도 핀테크를 어려워 말고 이용하면서, 유익한 서비스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손실 위험이나 핀테크를 사칭한 사기수법 등에 대해서는 늘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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