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개원 30주년 기념 대표공연 ‘이성계, 활을 쏘다’가 불투명한 행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작품은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큰 그림이 없고 순회공연은 깎인 예산을 추경으로 확보한 뒤 추진하겠다 밝히는 등 대표공연이자 2017년 주력사업에 대한 안일한 대응 때문이다.

국악원은 지난해 10월 15일과 16일 개원 30주년 기념 대표공연이자 제49회 창극단 정기공연으로 ‘이성계, 활을 쏘다(이하 이성계)’를 처음 선보였고 여기에는 2억 6천만 원이 투입됐다. 두 차례의 초연에 이어 2017년 상반기 군산‧익산, 2018년 수도권을 순회할 예정이었다.

결과물을 다듬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해 이름처럼 국악원 대표공연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성계의 완성 및 활성화가 올해 주요목표가 된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음악, 대본, 연출, 무대 각 요소들이 조화롭지 못해 완성도와 감동이 떨어지는 등 첫 공연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국악원은 재검토하겠다 밝혔으나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그러던 중 전북도 지원 순회공연 예산이 예상했던 1억 6,500만 원이 아닌 1억으로 확정됐다.

재연 시 처음 예산의 70% 가량 드는 게 일반적인데 대본비 등을 제외한 이성계 예산은 약 1억 9천만 원이고 재연비용은 1억 4천~5천만 원 선이다. 기간이 비슷하면 금액을 줄일 수 있어 군산과 익산 두 곳을 비슷한 시기 진행, 1억 6,500만 원으로 소화하려 했으나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 이성계는 그대로고 순회비용은 마련하지 못한 채 새해를 맞았다. 국악원 측은 상반기 분야별 자문을 구해 전면 수정한 다음 추경에서 예산을 받아 하반기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대표공연이 대표공연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며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비난이 거세다. 일단 왜 아직까지 작품이 나오지 않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3개월이 흘렀다면 방향 및 개선안 정도는 도출했어야 하고 금년 중점사업이 대표공연의 완성 및 활성화라면 더더욱 그렇지만 결정된 건 없다.

시기(9월 초)와 규모(2억 5천) 면에서 비슷하나 초연 직후 세 번의 순회공연을 갖고 줄거리, 음악 같은 지적사안을 수정해 2월 시즌 2를 공개하는 등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국립민속국악원이 단적인 예다.

문화예술기획자 A는 “상반기부터 할 거면 첫 무대 끝나자마자 자문 구하고 의견 나누면서 방향을 잡았어야 한다. 공연단체 특성상 겨울에 여유가 있을 텐데 준비를 안 한 이유가 뭔가”라며 “뜻깊은 해 거액을 투자해 제작한, 오랫동안 가져가야 할 대표레퍼토리에 걸맞은 자세를 보여 달라”고 꼬집었다.

추경에만 기대는 모습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지난해 이성계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고 이는 6,500만 원이 삭감된 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도 추경을 통한 하반기 개최에 무게를 싣고 있어서다. 추경을 받지 못했을 시 대안은 사실상 없어 최악의 경우 예산을 반납해야할 수도 있다.

문화예술관계자 B는 “혹평을 받아서 예산이 깎인 작품에 추경이 얼마나 관대할지 모르겠다. 헌데 국악원에서는 뭘 근거로 그렇게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건가”라며 “제대로 만들어서 돈을 더 받는다면 좋겠지만 안 그럴 가능성도 크다. 주어진 돈으로 올릴 방법을 고민하거나 자체예산을 더하는 것도 생각해봤음 한다”고 설명했다.

국악원 관계자는 “예산문제가 불거지고 또 다른 공연도 고려하다보니 이성계 준비가 미뤄졌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기관임을 이해해 달라”면서 “이성계를 1억으로 제작해야한다면 인력이 대폭 줄어들 거고 규모와 느낌도 달라져 대표공연으로서의 성격을 잃을 거다. 주어진 금액으로 재연하기엔 불가능하고 자체예산을 더해도 부족해 추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 쉽진 않겠지만 올해 반드시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고 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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