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언제까지 ‘살처분’만 반복하나

사상 최대 규모의 살 처분과 막대한 피해보상 예산투입 기록을 남기게 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최근 철새의 이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어 방역당국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으로 들린다.
  지난 14일 이후 도내 고창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35만여 마리가 금강하구 금강호로 이동하면서 가까스로 소강상태의 AI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올 겨울 AI는 발생 후 불과 48일 만에 살 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가 3천 2백만 마리를 넘었고 보상금액만 2천6백여 억 원 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피해보상액을 감안하면 보상액만 3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
  2003년 AI 발생 이후 살 처분 닭오리가 7천6백여만 마리에 피해 보상금액 등이 9천여억 원인데 비춰 올해 AI 피해는 그간의 피해만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가 되고 있다.
  올해 AI가 이대로 종식될는지, 다시 재연될는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방역과 발생 후 대책이 지난 10여 년 동안의 그것과 전혀 다름이 없이 틀에 박힌 듯 대규모 방역과 대량 살 처분만을 그대로 반복해온 사실은 여간 심각하지가 않다.
  특히 올해 우리 AI사태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에 대비되어 우리의 방역체계와 사후 대처 방식에 대한 반성과 전면 재검토가 절실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가 3천여만 마리를 살 처분해 생매장을 하는 동안 일본은 100여만 마리의 살 처분에 그쳤다. 일본은 AI 발생 즉시 방역체계가 가동됐고 살 처분 등은 최소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비해 우리는 방역체계 가동도 뒤늦었을 뿐 아니라 발생 지역 일정 범위 내 가금류를 예방차원이라며 무차별 대량 살 처분 매장하는 방식을 기계적으로 답습해오고 있다. AI 병원체에 대한 연구나 철새 이동 경로 및 전염 등에 대한 조사도 마찬가지다.
  올해 최대 피해를 낸 AI사태를 계기로 그간의 무작정 방역방식이나 특히 무차별 대량 살 처분 매장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로 새로운 대책의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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